지난 기획/특집

제20회 한국가톨릭문학상 특집 - 20년 발자취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05-16 수정일 2019-05-14 발행일 2017-05-21 제 304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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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적 가치를 담은 작품 발굴, 한국 문단의 새 지평을 열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제정된 문학상이다. 현재까지도 교회 내에서 한 지역의 문인들이 아닌, 한국 전체 문인들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상은 가톨릭문학상이 유일하다.

특히 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 신자’ 작가 혹은 가톨릭이라는 소재와 주제 등으로 시상 조건을 한정 짓지 않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만 가톨릭문학상은 사랑·진리·생명 등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증진하고 인간성 고양과 공동선 구현 등에 이바지한 작품을 발굴하며, 그 창작활동을 격려하는 상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가톨릭문학상 제정 및 시상 20회를 맞아, 이 상이 걸어온 발자취와 의미에 관해 짚어본다.

■ 가톨릭신문이 제정 및 운영

가톨릭신문사는 지난 1998년 가톨릭문학상을 제정했다.

우수한 문학작품들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널리 전하는 데에도 큰 힘을 발휘해왔지만, 교회의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던 때였다. 반면 가톨릭신자 문인들은 1970년부터 ‘가톨릭문인회’를 창립, 인간 존재와 삶, 사랑 등에 관한 해답을 신앙에서 찾고 가톨릭적인 가치들을 바탕으로 문학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신자 문인들은 교회가 운영하는 문학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가톨릭문학상 제정이라는 결실을 맺는데 큰 디딤돌이 됐다. 가톨릭신문사는 신문 창간 70주년과 당시 사주(社主)였던 이문희 대주교의 주교서품 25주년을 기념하면서 이 상을 만들었다. 특히 우리은행(당시 한국상업은행)은 가톨릭문학상의 가치와 제정 취지에 적극 공감, 해마다 기금을 출연해 시상을 후원해왔다.

가톨릭신문사는 또한 가톨릭문학상을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심사위원들은 해마다 새로 위촉해 수상작 선정에 힘쓰고 있다.

제정 당시, 초대 운영위원으로는 고(故)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과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구중서(베네딕토) 문학평론가가 위촉됐다. 이들은 “누구든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수 있는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굴하고 선정” 하는데 꾸준히 힘써왔다고 밝혔다. 구상 시인의 경우 선종 직전까지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문학상 운영에 혼신을 기울이기도 했다.

신달자 시인은 “구상 선생님께서 편찮으실 때는 댁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열띤 논의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앞으로도 해마다 처음 상을 주는 것처럼 늘 새로운 모습의 가톨릭문학상으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신 시인은 “지난 20년간 가톨릭신문사가 상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한결같이 애쓰고 우리은행도 지속적으로 후원해준 덕분에 가톨릭문학상이 크게 성장했고, 문인이라면 ‘꼭 받고 싶은’ 상으로 위상도 높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가톨릭신문사는 첫 해 가톨릭문학상 수상자들에게 상금 500만원을 수여했다. 이후 상금을 점차 높여 지난해부터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을 수여하고 있다.

처음에 ‘가톨릭문학상’과 ‘가톨릭아동문학상’으로 나눠 시상하던 상은 5회 때부터 통합 시상해왔다. 이후 본상도 1개 부문 시상에서 2개 부문 시상으로 폭을 넓혀, 해마다 시·소설·아동문학 중 두 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내고 있다. 또 신인상도 신설해 등단한 지 10년 이내의 작가들이 보다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1998년 12월 19일 제1회 한국가톨릭문학상·아동문학상 시상식에서 당시 사장 최홍길 신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문학

첫 해 수상작으로 선정됐던 소설 「사랑의 기쁨 상·하」와 「지상에서 가장 큰 집」, 가톨릭아동문학상 첫 수상작인 어린이를 위한 시화집 「도토리 모자」 의 뒤를 이어, 20년간 각 분야별 문학 작품 38권이 가톨릭문학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각 수상작들은 불편한 마음에 뒷전으로 미뤄둔 여러 사회문제와 해결방안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끌어냈다. 인간다운 삶과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진리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보여주기도 했다. 좁게는 가정 안에서 나아가 세상 안에서 진실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 지도 드러냈다. 인간 존재와 구원에 관한 주제의식과 인간성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노력, 때론 창조주를 향한 여실한 신앙고백과 순교자들의 이야기도 담아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이자 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장인 이기수 신부는 제20회 시상식 인사말을 통해 “가톨릭문학상은 인간의 보편가치와 공동선을 추구하는 작품 발굴을 통해, 이 땅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는데 적잖이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가톨릭문학상이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 편의 시와 한 편의 소설. 책 한 권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에 따라 수많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감동과 희망을 주고 또 울고 웃게 한다. 흔히 문학에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큰 힘이 내재돼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문학상 수상작들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 더욱 밝은 빛과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의 몫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조광호 신부(한국가톨릭문인회 전 지도)도“하느님께서는 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내재된 구원의 메시지를 밝혀주셨다”면서 복음적 가치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복음적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수상작들은, 한국 문단에서는 물론 가톨릭문단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여는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초대 운영위원을 역임했던 구상 시인은 생전에 “위대한 작가에게는 윤리의식과 역사의식, 영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내면적 정직과 성실 없이는 참다운 문학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조언처럼, 가톨릭문학상 수상자들의 이름도 교회 안팎에서 면면이 빛난다. 최인호, 공지영, 김훈, 한수산 소설가 등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들은 물론 김형영, 김남조, 강은교, 도종환 시인 등 유명 시인들도 가톨릭문학상 수상자 대열에 함께 했다. 특히 아동문학 부문 수상자들은 열악한 창작 환경 안에서도, 어린이들이 해맑은 동심을 잃지 않고 사랑 넉넉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문학상 제10회 시상식 축사를 통해 “가톨릭적인 가치들을 증진하는 작품들은 어렵고 힘든 시대일수록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 진정한 삶의 가치를 제시해주며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가톨릭문학상의 가치 또한 수상작들을 비롯해 수상자들과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삶과 삶, 마음과 마음을 통해 폭넓게 번져나갈 것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