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성지주일을 시작으로 남수단에서의 첫 성주간을 보내고 예수부활대축일을 맞이했습니다. 성지 주일엔 성당 마당에서 성지를 축복하고 성당을 한 바퀴 돌며 행렬을 합니다. 성지가지를 나눠주면 아이들은 순식간에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흔들어 댑니다. 저도 따라서 십자가를 만들어 봅니다.
성지주일 미사를 끝내고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오후에 룸벡에서 성유축성미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목요일 오전에 미사를 드리지만, 여기서는 하루 이상 걸려야 룸벡에 도착하는 사제들도 있고, 주교님께서도 다른 교구에서 오시기에 성지주일에 미리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합니다. 아직까지 룸벡교구 교구장 주교님이 안 계시기에, 토릿교구 주교님께서 오셔서 미사를 집전해 주셨습니다.
성 목요일 주님 만찬미사, 물론 발씻김예식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미리 수녀님께 발씻김 대상자를 뽑으셨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수녀님께서 말씀하시길, 미리 뽑아놓으면 그 사람이 올지 안 올지 확신할 수 없기에 미사 직전에 그날 온 사람 중에서 뽑는다고 합니다. 대상자들은 대부분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입니다. 아이들의 발을 정성껏 씻겨 주다보니, 제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듭니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발은 많은 경우 더럽고 상처가 많습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이 일을 하려고 제가 여기에 왔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