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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 대구 첫 공연 현장을 가다

뉴미디어팀rn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7-04-25 수정일 2017-04-25 발행일 2017-04-30 제 304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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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베드로는 바로 나 자신” 관객들 흐느꼈다

가톨릭신문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 대구 공연 현장은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어우러진 화려한 축제 그 자체였다. 4월 20일 첫 공연부터 23일 마지막 무대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은 주교좌범어대성당 드망즈홀을 가득 메웠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 층의 관객들은 성경 속에서 읽어보기만 했던 사도 베드로의 삶을 무대를 통해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즐겼다. 쾌활한 웃음으로, 또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과 눈물로 가득 찼던 공연 현장을 소개한다.

예수님을 배신한 베드로(장대성 분)가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뉘우치며 절규하는 모습.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눈물과 웃음, 환희로 가득했던 무대

4월 20일 오후 역사적인 첫 공연이 시작된 주교좌 범어대성당 드망즈홀 앞. 공연을 2시간이나 앞둔 오후 6시부터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본당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10대 청소년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청년들, 부부 동반으로 함께 온 중장년들, 귀여운 손녀를 품에 안은 노부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설렌 표정들이었다.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객석이 모두 메워졌다. 뮤지컬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기대감 속에 울려 퍼졌다. 곧이어 시작된 군무. 장엄한 분위기의 창작곡 ‘갈릴래아 호수’에 맞춰 출연진들이 일사분란하게 춤추고 노래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 잡는 어부로, 신앙도 희망도 없는 삶을 이어가던 베드로(장대성 분)가 예수님(우기홍 분)을 만나 첫째 제자가 되는 장면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성경에서 읽던 내용이 무대에서 현실감 있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공생활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장난기 많고 유쾌한 농담으로 극을 이끌어간 야고보(최종현 분)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예수님을 도구화해 이용하려는 인물로 묘사된 유다(임형규 분)의 등장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던 이야기는 최후의 만찬이 끝난 뒤 베드로가 닭이 울기 전 예수님을 세 차례나 부인하고 배반하는 장면에서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주님을 배신한 베드로가 처절하게 절규하며 자신의 심정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벅차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도 했다.

회개한 베드로가 주님 말씀을 전하다 순교하는 결말에서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감동 속으로 빠져 들었다. 100분 남짓한 공연 시간은 한 치의 지루함도 없이 훌쩍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음악과 군무도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잘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를 보며 눈물 흘리는 관객들.

■ 무대는 끝났지만, 감동은 여전히

뮤지컬이 끝나고 배우들이 한 사람씩 인사를 하자 객석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야고보 역을 맡았던 최종현씨에게는 웃음과 함께 박수가, 예수님 역을 맡은 우기홍씨와 베드로 역을 맡은 주연 장대성씨에게는 큰 환호성이 이어졌다. 객석에서는 “앵콜”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일부 관객은 기립박수로, 다른 관객들은 환호와 열띤 응원으로 감동적인 뮤지컬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관객들은 뮤지컬이 종료된 후에도 드망즈홀 밖 로비에서 그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출연진 6명이 참여한 사인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성과 함께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상기된 얼굴을 한 배우들은 몰려든 사인 공세에 어디부터 먼저 사인을 해줘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뮤지컬에서 공연된 창작곡 11곡을 실은 OST 앨범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관객들은 이번 뮤지컬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줬다며 입을 모았다. 백승지(세라피아·30·대구 노원본당)씨는 “그동안 사도 베드로의 삶과 그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묵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뮤지컬을 처음 보면서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예수님 부활에 대해서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영주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는 “뮤지컬이 복음서 행간 사이를 메꾸어주는 느낌이었다”며 “평범했던 베드로가 교회 반석으로 변모돼 가는 과정을 잘 담아냈다”고 칭찬했다.

■ 주일학교 학생들 단체 관람 이어져

주일학교 학생들에게도 이번 뮤지컬이 문화와 종교를 함께 체험함으로써 신앙심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대구대교구 포항 장성본당 주일학교 학생과 신자 120명은 공연을 단체 관람하고 주교좌범어대성당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대교구 포항 덕수본당 신자 80명도 대구관구 대신학원과 성모당을 순례하고 뮤지컬을 단체 관람해 감동의 폭이 그만큼 더 컸다. 덕수본당 신자 이문수(레온시아·60)씨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주는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 거리감이 없어 더욱 좋았다”며 출연자와 관객이 일치를 이룬 이번 뮤지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덕수본당 주임 정영훈 신부도 “뮤지컬에서 묘사된 베드로의 삶처럼, 저도 제 인생 끝날 때까지 계속 좋은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미디어팀rn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