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의사 분명히 드러낼 때 진정한 ‘권리’라 할 수 있어
아직도 사무실 출근은 낯설다. 교구 사회복지국장으로 1월에 부임해 석 달째가 되었지만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은 것 같다.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불러들이며 크게 기지개를 펴 본다. 바다 내음이 실린 바람이 하루를 맑게 만든다. 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일찍부터 또 무슨 일이지?’ 요즘 하도 복지시설에서 말썽들이 많아서, 전화벨이 울리거나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괜히 겁부터 난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며 담담하게 대답한다. “예, 들어오세요.” 문을 시부저기 열면서 복지국 직원 둘이 들어온다. 선임 팀장 베드로와 팀장 스텔라다.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함께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권하고 앉는다. “신부님은 이번에 누구 찍으실 겁니까?” 대뜸 아침부터 선임 팀장 베드로가 또 날궂이를 시작한다.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 때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묻고 있다. “베드로씨 뭐 또 아침부터 쓸데없는 소립니까?! 다 큰 어른들이 알아서 찍을 일이지, 근데 베드로씨는 누굴 찍을 겁니까?” 되묻는 말에 베드로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저요? 저는 그 날 잠이나 푹 잘 겁니다. 노총각이 데이트할 사람도 없고….” 괜스레 옆에 앉은 미혼인 팀장 스텔라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냥 잠이나 푹 자는 게 남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도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