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참으로 행복한 사람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4-18 수정일 2017-04-19 발행일 2017-04-23 제 304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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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요한 20,19-31)

오늘 봉독한 요한복음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와 베드로 그리고 주님이 사랑하신 제자 요한은 주간 첫날 이른 아침, 곧 안식일 다음 날인 주일 아침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무덤 밖에서 울고 서 있던 마리아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제자들에게 가서 당신의 부활 소식을 전하라고 명하십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된 마리아는 즉시 제자들에게 가서 예수님이 부활하셨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문을 모두 잠가 놓고 모여 있었습니다.

이런 제자들에게 그날 밤, 곧 주일 밤에 예수님께서는 완전히 변화된 몸으로 직접 나타나십니다. 두 손과 옆구리에 영광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인지 분명 알 수 있는 몸이었지만, 문이 잠겨 있는데도 들어올 수 있는 완전히 변화된 몸, 이 땅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몸으로 부활하신 것입니다.

이 자리에 토마스는 없었습니다. 제자들이 그에게 예수님을 직접 보았다고 증언하였지만 토마스는 믿지 않았습니다. 요한복음에서 토마스가 자주 언급되는데 언제나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던 인물이었습니다.(요한 11,16; 14,5) 하지만 예수님을 사랑해서 같이 죽으러 가자고 말하던 토마스였기에 예수님의 부활이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토마스는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이번에도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다음 날인 주일에 제자들 앞에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치 토마스를 위하여 한 번 더 나타나신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토마스는 주님을 만나자마자 즉시 알아봅니다. 그런 토마스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보지 않고서도 믿는 사람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사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모든 이들 앞에 나타나지는 않으셨습니다. 모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이들에게 나타나시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마주해야 할 십자가, 곧 그들이 받은 사명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당신을 증언하는 삶은 2독서에서 베드로가 이야기하듯이 갖가지 시련을 낳을 것이고, 결국 목숨을 요구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이렇게 그분의 부활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교의 화관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요한 복음서를 읽었던 실제 독자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본 사람들이 아니라, 직접 본 제자들이 목숨으로 증언한 증언을 받아들여 예수님을 믿게 된 이들입니다. 그래서 종종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본 제자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위로의 말씀을 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보지 않고도 믿는 너희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은 마치 제자들만큼의 희생, 순교를 우리에게 요구하지는 않으실 것이라는 말씀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보지 않고도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믿음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직접 본 사람은 그분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 않았는데도 그분을 따라나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당신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는데도 당신을 믿고 따라나선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칭찬하십니다.

부활 2주일을 지내는 오늘 우리도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부활에 대한 강한 믿음을 주십사고 주님께 다시 한 번 청합시다.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