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탈출의 이유
학은 이집트 탈출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기도 했다. 하느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의 학에 참여하여 기쁨을 누리며 사는 삶이었다. 파라오가 누가 이집트에서 나갈 것이냐를 묻자 모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희의 아이들과 노인들을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아들딸들과 함께, 양 떼와 소 떼도 몰고 가야겠습니다. 저희가 주님의 학을 해야(축제를 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탈출 10,9) 주님의 학이 기쁨의 잔치라는 점을 성찰하면, 이 대답의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온다. 이집트 종살이의 힘든 노역과 고통에서 해방되어 참된 주님의 학에서 기쁨을 누리며 살고 싶은 히브리 백성의 염원이 이 대답에 담겨 있다.
또한 모세는 노인과 아이들과 가축도 학에 참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학은 공동체의 구성원 전부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약성경은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주님의 잔치에 분명히 초대받았고, 그들이 공동체 내부에서 소외되지 말아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곧 딸과 아들, 남종과 여종, 레위인들(신명 12,12.18)은 물론이고, 소외되고 약한 이방인, 고아, 과부도(신명 16,11.14; 26,11) 주님의 학에 어엿한 자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집트 탈출 사건이 완성되기 직전에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 기쁨의 학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학을 해라.(축제를 지내라)”(탈출 12,14; 참조 13,6) 고대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학인 파스카 축제의 본질도 이렇게 모두가 기쁘게 참여하는 잔치였다. 잔치와 기쁨의 하느님 나라를 가르쳐 주신 예수님께서 다시 일어나시어 영원한 삶을 증명하신 부활절이다.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학의 기쁨을 맞이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