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4) 프란치스코 교황 4년, 변화는 이제 시작 / 로버트 미켄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rn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입력일 2017-03-28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7-04-02 제 3038호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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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교회 쇄신 위한 ‘식별의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지 4년이 지났다. 로마의 주교로서 또 보편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교황은 그동안 수많은 일을 해냈다. 한편으론 실패도 했다.

교황이 교회개혁의 우선 과제와 특정 주제에 대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몇몇 주제들은 ‘하느님은 자비다’, ‘양의 냄새가 나는 목자’, ‘내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나?’, ‘성직자 중심주의는 교회의 암 덩어리’ 등의 구절과 구호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의 사목적 노력은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황은 교회 안팎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깊고도 폭넓은 이해를 보여 왔다.

예를 들어, 교황은 전 세계에 이주민과 난민을 보호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이들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고 통합시킬 정치·사회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교황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이주민 문제가 훨씬 전부터, 이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었다.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외쳤던 “벽이 아닌 다리를 세워 달라”는 주문도 반복했다. 개인과 공동체, 교회, 국제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이주민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또한 교황은 부자와 경제 및 정치 지도자의 양심 문제를 지적했다. 교황은 이들에게, 세계의 자원은 소수 몇 명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것이 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일부 대중들은 교황이 공산주의자가 아닌가 의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교황의 이러한 호소는 모든 피조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복음적 우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느님 최고의 피조물인 인류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교황은 ‘공동의 집’인 지구가 인류의 남용과 착취, 인류로 인한 오염으로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그저 자연환경 보존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교황은 수정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인간생명을 수호할 것을 당부한다. 나아가 교황청의 모든 외교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교황은 특별히 가톨릭 신자들에게, ‘야전병원’인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고뭉치’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교회가 거리로 나가 멍들고 다치며 옷이 더렵혀지길 바란다. 교회가 바로 온갖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곳이 되길 원하는 것이다.

교황청을 비롯해 교회의 구조개혁 작업이 시작됐다. 몇몇은 작업이 너무 느리다고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사결정과정에서 주교 합일성과 식별을 도입한 일은 점차 열매를 맺고 있다. 교황은 교회 안에서 토론과 논쟁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격려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회는 교계제도 상위 소수에 의해 움직였으며, 이들은 다른 이들에겐 재갈을 물리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시켰다.

대신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과 불협화음을 내는 이들에게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 교황은 교회 안에서 ‘빅 텐트’(big tent) 전략을 펼친다. 상호 존중을 통해 폭넓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교황은 기도와 식별을 통해 교회를 이끌고 있다. 교황은 일생동안 기꺼이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배우고, 변화를 이끌었다. 이제 교황은 온 교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교회는 지난 2000년 동안 발전하고 변화하고 개혁을 경험했다.

하지만 개혁은 항상 느렸다. 따라서 4년은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 때”와도 같을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뿌리를 내리고 지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와 개혁은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황은 교황직을 시작하며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변화의 토대를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금은 식별의 시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은 개혁은 태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지난 4년 동안 교황은 이른바 ‘태도 조정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우리는 올해, 이 프로그램이 지속되고 더불어 더 많은 것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rn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