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대전가톨릭대 신임 총장 김유정 신부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3-21 수정일 2017-03-21 발행일 2017-03-26 제 3037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님 뿌리신 성소의 씨앗, ‘시대에 맞는’ 사제로 키워야”

“이곳에 온 신학생들은 주님께서 뿌리신 성소의 씨앗을 갖고 있습니다. 이 소중한 씨앗을 잘 키워서 거둬들여야죠. 이들을 ‘시대에 맞는 사제’로 양성해, 소외된 이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동료 교수들과 잘 이끌겠습니다.”

김유정 신부는 지난 3월 2일 대전가톨릭대학교(이하 대전가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대전가대를 이끌게 된 김 신부는 총장 임명 소식에 자신이 ‘합당’한 사람인지부터 되물었다고 한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라는 구절만 떠올랐어요. 유흥식 주교님께 ‘전 합당치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누구도 합당치 않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지요. 예상을 못했기에 많이 당황스러웠죠.”

한 대학의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김 신부는 학교를 이끈다기보다는 겸손하게도 교수단에 몸을 기댄다.

김 신부는 “학교의 비전이나 총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면서 “그저 신학교 교수단이 형제애로 잘 지내면 그것이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 될 것이고 나의 역할은 그저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가대 교수신부 14명 가운데, 김 신부는 서열 8위다.

실제 대전가대는 양성자 연수와 교수 워크숍 등을 통해 교육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다.

김 신부는 “대전가대는 총장 한 사람이 아닌 교수 공동체가 이끌고 있다”면서 “공동의 결정 안에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믿고 그것에 봉사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사제상은 ‘그 시대를 사는 사제’다. 이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의 소제목이기도 하다. 그 모델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김 신부는 “교황님께서는 ‘사회에서 배제되어 있는 이들을 찾아 거리로 나가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신학생들이 교황님을 본받아 세상 안에 약한 이들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갓 서품된 새 신부들과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녀온 김 신부는 그곳에서 들은 한 세월호 유가족의 당부를 잊지 못한다. 예비신학생이었던 고(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새 신부들에게 “사제관에서 오는 사람만 맞이하지 말라”면서 “정말 절박한 사람은 찾아올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고 당부했다.

김 신부는 “신부들에게 너무 필요한 말씀을 주셨다”면서 “모든 신부들이 언제나 소외된 분들을 직접 찾아 나설 수 있는 목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0년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는 대전 둔산동본당 보좌를 거쳐 2004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2008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 사제양성자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부터 대전가대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도 맡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