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양교구 90주년 기념행사 이모저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03-21 수정일 2017-03-21 발행일 2017-03-26 제 303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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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은 꼭 평양에서…” 북녘교회 향한 하나된 마음 모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3월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은 아쉬움과 그리움, 다가올 통일에 대한 희망을 마음에 새기며 교구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제6대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의 사목표어 ‘일어나 가자’처럼 분연히 떨쳐 일어나 교구의 재건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미사와 기념식 이모저모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3월 18일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마당에서 기념사진전 ‘일어나 가자’ 2차 전시회가 마련됐다. 평양교구 출신 김득권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와 강 루갈다 수녀(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가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미사에는 30명에 달하는 평양교구 신우회원들이 참석했다. 부산지역 회원 4명도 교구 90주년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신우회는 1949년 11월 평양을 떠나 월남한 신자들이 발족한 이래 서울과 부산에서 매월 정기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감개무량하면서도 북한에 두고 온 친척들 생각에 계속 눈물이 난다”는 평양 출신의 윤정자(님파·89·서울 혜화동본당) 할머니는 “통일이 되어 모두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 전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시복 조사가 진행 중인 평양교구 제6대 교구장 홍용호 주교를 비롯한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을 언급했다. 윤 대주교는 “6·25전쟁 중 혹한의 북녘에서 죽음의 행진 중 순교한 평양교구 초대지목구장 패트릭 번(Patrick Byrne·한국명 방일은) 주교님과 13년간 신학교 생활을 지도해 준 덕원신학교 교장 안셀름 로머(Anselm Romer·한국명 노병조) 신부님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분들 외에도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신앙의 증인들이 공산주의로 물든 북녘 땅에서 순교의 십자가 길을 가고 있다”고 전한 윤 대주교는 “앞으로 통일이 이뤄지는 날 모든 신앙의 증인들이 그리스도의 씨가 되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만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염수정 추기경이 반야루카교구장 코마리차 주교에게 한복 입은 ‘한국 사도들의 모후상’을 선물하고 있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홍용호 주교의 사목표어 ‘일어나 가자’가 여러 어려움 속에서 평화 통일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도 잘 들어맞는 말씀”이라고 축사에서 밝혔다. 홍 장관은 “‘평양교구 90주년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통일을 앞당기고 교구 재건의지를 새롭게 하는 계기’라는 말씀이 와 닿았다”면서 “이렇게 통일에 대한 마음을 모아간다면 평양교구 100주년 행사는 반드시 평양에서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식을 마무리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는 평양교구 신우회원들.

◎… 평양교구-반야루카교구 자매결연서를 파티마의 성모께 봉헌한 프란요 코마리차 주교(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반야루카교구장)는 미사 후 북방선교를 지원하는 신학생들과 만나 한국 신학생들을 위해 특별 제작한 묵주를 선물하며 격려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통일의 그날까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학업과 기도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한 코마리차 주교는 “공산주의에 맞서 평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주보성인으로 모시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코마리차 주교가 북방선교를 희망하는 신학생들에게 교구에서 제작한 묵주를 나눠주고 있다.

◎… 이날 미사가 봉헌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마당에서는 90주년 기념사진전 ‘일어나 가자’의 2차 전시회가 진행됐다. 미사에 참례했던 평양교구 출신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사진을 관람하며 옛 추억에 잠기는 모습. 평양교구 출신 김득권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는 “어린 시절 고향 생각과 함께 순교하신 분들이 떠오른다”면서 “90주년 행사가 통일을 위해 보다 더 많은 기도를 모으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공군 개입으로 평양에서 철수했던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의 강 루갈다 수녀와 변 헬레나 수녀는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당시 수녀회 단체 사진을 보며 담소를 나눴다. 강 수녀는 “17명의 서원 수녀가 남하했는데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 두 명만 남았다”면서 “오늘 너무 벅찬 마음이 들면서도 아직 남북이 갈라진 현실 상황이 안타깝고 슬프다”고 밝혔다.

평양교구는 미사에 앞서 3월 1일부터 14일까지 명동 갤러리 1898에서 기념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미사 후 주교단과 평양교구 출신 사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미사에 참례했던 메리놀외방전교회와 메리놀수녀회 회원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메리놀수녀회 문요안나 수녀는 “선배들의 선교 발자취를 느낄 수 있어 메리놀회 회원으로서 매우 뜻깊은 순간”이라고 말하고 “순교의 아픔 속에서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북한교회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면 평화통일의 길은 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양교구에서는 제8대 조선교구장 뮈텔 민(閔德孝) 주교 요청에 따라서 1923년 5월 메리놀외방전교회 사제들이 연이어 파견됐고 1년 뒤인 1924년, 메리놀수녀회 6명의 수녀들이 사제들과 함께 입국해 활동을 시작했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