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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신임 전주교구장] 임명 발표 이모저모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rn이관영 rn사진 박지순 기자, 박원희
입력일 2017-03-21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7-03-26 제 303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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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주년 맞은 교구에 겹경사… “한국교회 새 역사 써 주시길”
“학식 높으시고 사목경험 풍부”
기대와 환호 속에 임명 축하 
선서·서약으로 공식일정 시작
이병호 주교, 수도회 거주 예정

3월 14일 전주교구청에서 마련된 김선태 신임 교구장 주교 임명 발표식에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직원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신임 전주교구장 발표 장면

김선태 주교 임명 공식발표를 앞둔 3월 14일 오후 7시 무렵 전주 기린대로에 자리 잡은 전주교구청은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텅 빈 교구청 사제관 성당 제일 앞자리에 홀로 앉아 침묵 속에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구청 국장 사제단과 수도자, 직원들이 속속 성당에 들어와 숨소리를 죽인 채 기도에 동참했다.

1시간 넘게 기도가 이어지다 오후 8시20분 무렵 성당에 도착한 김 주교가 이 주교 옆에서 잠시 기도한 뒤 두 주교는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잠시 뒤 김영수 신부(전주교구 총대리)가 “2014년 3월 14일자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김선태 사도 요한 신부님을 전주교구 후임 주교님으로 임명하셨습니다”라고 발표하고 이 주교가 김 주교에게 주교 십자가를 목에 걸어주며 포옹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순간 성당에는 환희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주교는 “생각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교구에 새 주교님을 보내주신 하느님과 교황님께 감사드린다”며 “훌륭한 후임 주교님께서 제가 이루지 못한 일을 이어받고 보완해서 전주교구와 한국교회에 새로운 역사를 써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주교 임명 발표식이 끝나고 이 주교와 김 주교, 교구청 사제단과 수도자, 직원들은 감격스런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주교가 전구교구청 사제관 1층 입구를 빠져 나가자 주변에 있던 교구청 사제단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3월 14일 이병호 주교(왼쪽)와 김선태 주교가 임명 발표식에 앞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 사목하던 삼천동본당 풍경

김선태 주교가 전주교구 새로운 교구장이 됐다는 소식은 김 주교가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던 전주 삼천동성당에서 로마 발표 시각(낮 12시)과 같은 3월 14일 오후 8시 교구 총대리 김영수 신부가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 전주교구청 사제관 성당에서 전임 교구장 이병호 주교와 사제단이 참석한 가운데 마련된 교구 공식 발표식보다 약 30분 빨랐다.

이날 오후 7시30분 평일미사에 참례했던 신자들은 미사가 끝나고 이뤄진 갑작스런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다가 이내 새로운 교구장을 맞이했다는 기쁨으로 충만한 표정을 지었다. 교구장 임명과 동시에 부임한 지 13개월 만에 삼천동본당을 떠나게 된 김 주교는 “삼천동본당 신자들의 기도가 있어야 제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무게를 덜고 우리 교구가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주 전에 시작한 ‘화요 신앙강좌’를 중단하게 된 아쉬움을 드러내며 김 주교의 최근 번역서인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를 신자들에게 한 권씩 선물했다. 삼천동본당 신자들은 교구청으로 떠나는 김 주교의 뒷 모습을 보며 이별의 눈물을 훔쳤다.

삼천동본당 한상갑(바오로) 사목회장은 “김선태 신부님이 새 교구장이 되신 줄은 발표 직전까지도 몰랐다”며 “이병호 주교님께서 오랫동안 고생 많이 하시고 연세도 많으셔서 새 교구장이 나오길 고대했지만 막상 김 주교님이 주교가 되셔서 본당을 떠나신다니 기쁘면서도 아쉽다”고 밝혔다.

3월 14일 김선태 주교 임명 발표 축하식에서 이병호 주교가 김 주교에게 주교 십자가를 목에 걸어주고 있다.

3월 14일 전주교구청에서 열린 주교 임명 축하식에서 교구청 사제단과 수도자, 직원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김선태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가 3월 15일 오전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에서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한 뒤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신앙선서와 충성서약

김선태 주교는 전주교구장 주교로 임명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3월 15일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을 찾아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경 이병호 주교와 함께 주한교황대사관에 도착한 김 주교는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로부터 “웰컴, 웰컴(환영합니다)”이라는 환대를 받으며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11시 주한교황대사관 성당에서 교회법 제833조에 따른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하기에 앞서 다소 긴장된 표정을 짓던 김 주교는 파딜랴 대주교가 성경을 들어 보이며 “제가 신학생 때부터 쓰던 성경”이라고 말하자 긴장이 풀린 듯 웃어 보이기도 했다.

김 주교는 또박또박 선서문을 낭독하며 하느님 백성을 다스리는 직무에 충실하고 보편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해 신자들을 완덕의 길로 이끌어가는 의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했다.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이 끝나고 교계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 주교는 주한교황대사관 홀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침착하게 답변하며 “이병호 주교님이 못 다 이루신 사업을 이어받아 완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주교의 인터뷰가 끝나자 이 주교는 아직 ‘김 주교’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은 듯 “우리 김 신부님은 학식도 높으시고 사목 경험도 풍부한데다 성실하셔서 전주교구를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는 덕담을 건넸다.

김선태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가 마지막으로 사목했던 전주 삼천동본당에서 3월 19일 교중미사를 봉헌한 뒤 송별식에 함께하고 있다.

■ 이병호 주교 어디로?

이병호 주교는 전주교구장으로 1990년 4월 3일 착좌해 사반세기가 넘는 27년간 전주교구를 이끌어 전주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주교님’은 곧 이병호 주교였다. 교구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이 주교가 은퇴 뒤 어디에 거처하고 어떤 역할을 맡을 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주교는 3월 15일 오전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에서 신임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의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에 동석한 뒤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전주 인보성체수도회에서 생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기자들이 “‘지도 주교’로 가시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지도’라는 말은 쓰지 마시라. ‘거주 사제’로 가서 수녀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 같이 하고 미사 봉헌도 하고 상담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한국교회에서도 주교가 은퇴하면 누군가의 ‘후임’으로 들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자기 역할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저는 인보성체수도회 후임 거주사제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교구 소속인 인보성체수도회는 중요 축일이나 설 등 명절에 이 주교를 초청해 미사를 봉헌하는 등 이 주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인보성체수도회는 “5월 13일 신임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착좌식이 끝나면 이병호 주교님이 우리 수도회로 거처를 옮기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rn이관영 rn사진 박지순 기자, 박원희 전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