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회복음화국 생명나눔모임, 미혼모 시설 ‘까리따스 생명의 집’ 방문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03-14 수정일 2017-03-15 발행일 2017-03-19 제 303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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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고 기도하며 생명 수호 의지 다진다
 생명 교리 공부하다 ‘실천’ 방법 모색 
 2015년부터 격월 1회 방문 이어와
“악조건에도 생명 지키는 미혼모 응원”

3월 11일 생명나눔모임 회원들이 김명자 수녀와 시설 이용 미혼모와 함께 식사하고 있다.

“고기 많이 먹어! 잘 먹어야 아기도 건강해지는 거야.”

중년의 여성이 불판에서 잘 익은 고기를 듬뿍 집어 임신한 여성의 그릇에 덜어준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음식을 나누며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겨운 식탁이다. 3월 11일 교구 사회복음화국 생명위원회 산하 생명나눔모임(대표봉사자 황현주, 영성지도 최병조 신부)이 미혼모의 집 ‘까리따스 생명의 집’을 방문한 모습이다.

오전 11시. 생명나눔모임 회원들이 양손 가득 보따리를 짊어지고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단석리 까리따스 생명의 집을 찾았다. 고기, 계란, 국수, 젓갈, 소금, 과일 등 모두 식재료들이다. 특히 고기는 까리따스 생명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혼모들을 위해 더욱 넉넉히 챙겨왔다.

최병조 신부가 까리따스 생명의 집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생명나눔모임이 ‘까리따스 생명의 집’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2015년이었다. 매주 1회 모임을 통해 생명에 관한 교리를 공부하고 토론하던 회원들은, 생명에 관한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까 고민하다 ‘까리따스 생명의 집’을 찾기로 뜻을 모았다.

2015년 7월 설립된 ‘까리따스 생명의 집’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낙태의 위기에 놓인 미혼모들이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특히 갈 곳 없는 외국인노동자나 경제적인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사람, 호적 등에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는 사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혼모들이 이곳을 찾는다.

생명나눔모임 회원들이 두 달마다 한 번씩 이곳을 찾아가 하는 일은, 거창한 봉사나 자선이 아니다. 그저 함께 먹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 미사 후에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 전부다.

최병조 신부는 “생명나눔모임 실천의 하나로 매번 까리따스 생명의 집을 찾고 있다”면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미혼모들과 함께 영적인 음식과 육적인 음식을 나누고 있다”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그저 와서 먹고 가는 것뿐이지만, 미혼모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시설이 외딴 곳에 위치한 만큼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는 일은 이곳에서는 잔치와 같다. 음식을 나누면서 미혼모들과 회원들은 서로 식구(食口)가 된다. 그래서 회원들은 방문하는 날 외에도 미혼모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친교를 나눈다.

‘까리따스 생명의 집’에 머물고 있는 정민영(가명·27)씨는 “매일 기도하고 성경을 쓰면서 아기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적적하기도 하다”면서 “오늘 처음 뵌 분들이지만 가깝게 대해 주셔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까리따스 생명의 집’ 원장 김명자 수녀는 “시설이 외진 곳에 있어서 외로움이 있는데 이렇게 격 없이 만나주시는 분들이 있어 이곳을 거쳐 가는 미혼모들도 좋아한다”면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면서 물적 도움도 주고 계셔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까리따스 생명의 집 방문을 마친 생명나눔모임 회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설을 방문하는 시간은 회원들에게도 값진 시간이다. 회원들은 입을 모아 미혼모들을 만나면서 큰 기쁨을 얻었다고 말한다.

김경애(엘리사벳·안양대리구 중앙본당)씨는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을 작게나마 나누고자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면서 “오늘 방문을 위해 먹거리를 사면서 마음이 너무 기뻐서 손주들에게 줄 간식을 사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생명나눔모임 회장 황현주(리디아)씨는 “미혼모들을 만나면서 악조건 속에서도 생명을 버리지 않고 키우는 용감함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면서 “올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까리따스 생명의 집 후원계좌 101873-01-003311 우체국 (예금주:(재)천주교까리따스수녀회)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