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Ⅲ - 도전을 시작하며

남승현·성슬기·권세희 수습기자
입력일 2017-02-27 수정일 2017-03-21 발행일 2017-03-05 제 303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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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젊은 피들, 절제와 극기의 40일 도전하다

사순 시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을 되새기면서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욕의 생활을 실천한다.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시작하는 사순 시기는 마침내 주님의 영광스러운 부활로 이어진다.

가톨릭신문은 이 시기 동안 일상생활 중 그리스도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참회 행위’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방편으로 세 명의 젊은 수습기자들이 평소 ‘즐기고 좋아하는’ 습관들, 나도 모르게 그릇된 소비문화에 젖어있던 모습들을 끊는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시즌 3에 도전한다. 각자 도전 과제로 금연과 최소한의 물질로 살아보기, 쓰레기 줄이기를 정했다. 각자의 실천을 통해 모은 결실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헌한다.

재의 수요일, 이제 그 40일의 여정을 시작한다.

■ ‘담배, 끊는다는 건’ - 남승현 수습기자

상상해본 적은 있다. 언제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실제가 될 줄은 몰랐다. 금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 물던 담배와 하루아침에 작별인사를 해야 할 판이다.

사순이면 많은 신자들이 절제와 희생을 실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며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한다. 내게도 사순은 십자가 고통에 동참해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시기다. 고통에 동참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내려놓음. 가장 좋아하는 것,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나에게 담배는 내려놓을 수 없는 ‘숨’이다. 술 한 잔 기울이며 안주로 삼는 맛, 식사 후 커피와 함께하는 맛, 업무를 끝내고 경직된 몸을 풀며 내뱉는 맛,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뿜어내는 맛.

견디기 어려울 때 전자담배를 피워볼까 하는 얍삽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금육일에 고기는 안 먹는 대신 비싼 생선을 사 먹는 것과 같은 꼴이다. 이제 절제를 통해 ‘사랑 실천’이라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됐다.

어릴 적엔 천식을 앓고 각종 기관지염을 달고 살았다. 겨울이면 편도선이 부어 고열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담배와 가장 멀리해야 하는 사람이 10년 동안 불을 붙이며 몸을 혹사시켰다. 체질적으로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금연을 한 적도 있다. 육군 훈련병 시절, 5주 동안 참은 것이 전부다. 규정 때문에 의무적으로 한 것이지 내 의지로 한 것은 아니다.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될까?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힘들었다는 느낌은 짙게 남아 있다.

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문득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기신 일화가 떠올랐다. 추기경님은 1984년 9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시고 난 후 담배를 끊으셨다. 그런데 그 방법이 명쾌하다. 그냥 참는 것이다. 금연 중에도 김 추기경님의 책상 위엔 담배와 라이터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나로선 흉내도 낼 수 없는 내공이다.

위로라도 될까. 금연에 성공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다들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담배와 나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이다.

해보자! 규칙을 세워 금연하고, 저축한 돈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해보자. 커피는 하루에 한 잔만 마시고 식사 후에는 바로 양치를 하자. 욕구가 일어날 때마다 주모경을 바치며 마음을 다잡자.

40일의 기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일주일씩 바라보며 금연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하루 4500원, 일주일이면 3만1500원이다. 일주일씩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하면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참이다. 실패하더라도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한다.

주머니 속 마지막 한 갑. 성공이든 실패든 이웃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하느님께 용기와 지혜를 청하며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돈, 적게 쓴다는 건’ - 성슬기 수습기자

“네? 돈을 적게 쓰라고요?”

문득 지난 2년여간의 백수 시절이 떠올랐다. 돈 한 푼 벌지 못했던 나는 하고 싶은 모든 걸 그냥 참아야 했다. ‘스터디’가 있는 날이면 ‘천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커피값이었다. 학교가 서로 다른 스터디 구성원들은 패스트푸드점에 모여 스터디를 했다. 그 시기가 나에겐 ‘사순’이었을까? 그렇진 않다. 예수님 뜻에 따라 한 희생이 아니었다. 그동안 사순 시기를 제대로 지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난하게 우리에게 오신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하는 시기지만, 필요한 것을 포기하고 인내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출을 줄인다니. 돈을 적게 쓰는데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돌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끊임없이 상품이 생산돼야 하고 그만큼 소비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과연 올바른 모습일까?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펼쳐 들었다. “오늘날의 경제 운영 체제는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긴다”(60항)면서 “돈에 대한 물신주의는 인간을 소비욕의 존재로 전락시킨다”(55항)는 경고가 눈에 띄었다.

그래! ‘내 인생의 진정한 사순 시기’를 만들어보자. 이번 사순시기에는 돈을 최대한 적게 쓰면서, 그 절제의 성과를 나보다 더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헌하기로 마음먹었다.

재의 수요일부터 23만8090원(40일 기준 최저임금의 십일조)으로 40일을 살아가야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이 한 달에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22만8183원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얼추 비슷한 금액이다.

도전에 실패한다면? 일 년 동안 매달 월급의 1/10만큼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2월 한 달간 사용한 명세서를 쭉 훑어보니 택시비를 만만찮게 썼다.

‘그래도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좁은 어깨에 짊어지는 대신, 택시 좌석에 털썩 내려놓으면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는데….’

택시비를 시작으로 내 마음의 소리가 소심하게 외쳐댔다.

인정한다. 영화 ‘사일런스’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약한 존재라고 말하는 ‘기치지로’처럼 나 또한 육체적인 고통 앞에서 한없이 약한 인간이다. 사순 동안 최대한 돈을 적게 써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에도 택시비부터 생각난 걸 보면 말이다.

물론 내게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 건 아니다. 월세를 내며 빠듯하게 사는 형편도 아니다. 그래도 평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휴식과 즐거움을 멈추는 여정이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들께선 ‘배고픔 모르는 투정’으로 생각지 마시고, 애정 어린 관심과 응원 보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막막한 걸 보면 말이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입사 기념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 ‘쓰레기, 줄인다는 건’ - 권세희 수습기자

‘사순’, 읽기만 해도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단어다. 예수님의 희생, 인내, 고난…. 지금까지는 예수님의 고난을 마음으로 느끼며 기도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을 넘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바로 ‘일상 속 쓰레기 줄이기’를 통해서 말이다.

왜 쓰레기를 줄여야 할까. ‘버리는 문화’가 사회 전체에 확산된 요즘, ‘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처리 과정도 쉽지 않아, 생태·환경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쓰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 사순 동안엔 ‘생태적 회개’를 통해 환경과 생태를 되살리는 데 한걸음 보태기로 했다.

하지만 각휴지를 한 장만 뽑아 써 본 기억이 거의 없는 내가, 고된 다이어트로 밥 먹을 땐 한 입을 꼭 남기는 것이 미덕이라고 말하는 내가 쓰레기를 줄인다니….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 부족한 의지를 잡을 방법이 떠올랐다.

나의 가족들과 함께 사순을 지내는 것이다. ‘사순 체험’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자마자 일제히 나에게 소리쳤다.

“우리도?!!!!”

가족들은 ‘좋은 일’을 앞두고 고민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꼭 해야 하는 도전이라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침묵이 흐르더니 50대 주부인 어머니가 “그러자”하고 입을 뗐다. 어머니 말이면 대부분 동의를 하는 아버지도 따라나섰다. 나머지 두 동생은 여전히 긴가민가하면서도 표정은 영 아니다. 그래도 함께 실천해야 더욱 의미 있다는 내 생각은 변함없다.

우리 가족은 먼저 ‘사순’을 맞아 ‘쓰레기 줄이기’ 기준을 세웠다. 5인 가족이 배출하는 쓰레기양부터 가늠해봤다. 주부인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가정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였다. 환경부에서도 음식물 쓰레기의 하루 평균 발생량이 약 1만4000여 톤이며,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28.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매일 5L씩 나오던 양을 1~1.5L까지 줄이기로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 동안 최대 10L를 넘기지 않도록 기준을 세웠다. 일회용품은 당연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음식물 쓰레기양 줄이기 ▲일회용 제품 사용하지 않기 ▲기준 쓰레기양을 넘길 시 각자 벌금. 직장 때문에 외부에서 생활하는 시간에도 이 기준은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지키지 못하면 벌금도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짚어보니 생각보다 어려울 듯해 한숨이 나왔다. 이 조건만 내세워도 평소 별로 의식하지 않고 쓰던 이쑤시개나 면봉, 화장솜 등등을 사용할 수 없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커피믹스도 일회용이고, 그 컵도 일회용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반성하고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제~발!

남승현·성슬기·권세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