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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2-21 수정일 2017-02-21 발행일 2017-02-26 제 303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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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찔러대는 무신론의 가시

조토 디 본도네 작품 ‘나무에 오른 자캐오’.

“나는 무신론자들에게 동의할 때가 많다. 단 하나,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믿음만 빼고는 종종 거의 모든 점에 동의한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다」(최문희 옮김/ 264쪽/ 1만5000원/ 분도출판사)는 체코의 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시 할리크의 대표 작품이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확신하기에 쉽지 않은 시대에, 저자는 불신앙의 근거를 인정하면서도 신앙의 여정이 타당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신앙과 무신론의 가장 큰 차이는 ‘인내’다. 그는 무신론, 종교 근본주의, 그리고 광신,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그들이 ‘신비’를 너무나 성급하게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시작이 역설적으로 ‘하느님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또 신의 ‘죽음’ 또는 ‘침묵’의 체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느님 존재의 신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신앙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래서 “신앙이 하는 일은 확실성과 평안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신비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 여정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하느님을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세 얼굴”이다.

저자는 이 신앙의 여정을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는 예수에게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예수에게 호기심은 있지만 군중을 헤치고 나아갈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않고, 그저 멀찍이서 예수를 바라보기만 하는 자캐오의 모습은 우리와 닮았다.

저자가 말을 건네고자 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 안의 자캐오다. 자캐오는 예수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집에 머무르겠다고 하자,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다.” 오늘날 신앙인들의 할 일은, 수많은 자캐오들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다.

저자는 특히 ‘교만한 개선주의의 유혹’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무신론의 날카로운 비난들이 그리스도교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교훈을 찾아야한다”면서 “‘무신론의 가시’가 그리스도교로 하여금 “거짓 확신의 자기만족에서 깨어나도록 우리 신앙을 계속해서 찔러 대야 한다”고 전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