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청년의 집·밥] (하) 식생활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2-21 수정일 2017-02-21 발행일 2017-02-26 제 303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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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겨우 떼우는 젊은이… “함께 먹는 자리 교회가 만들어주자”

급하게 혼자 끼니를 떼우고 있는 한 젊은이. 1인 가구가 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의 주거 생활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식생활 현실을 살피고 청년 식생활 개선을 위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 사례 1. 바쁜 타지 생활… 식사시간도 불규칙

대학을 졸업하고 10개월 취준생 시절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권 베로니카(25)씨. 경북지역이 고향인 권씨는 직장을 따라 서울에 왔다. 학업 때문에 서울에 먼저 온 동생과 대학가 원룸에서 함께 산다.

아직 서울 생활에 적응 중인 권씨는 식사 준비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다. 또 밥을 하더라도 버리는 경우가 많아 그냥 사 먹는 쪽을 택한다.

아침은 거의 못 먹거나 마트에서 바나나 하나를 사서 출근한다. 오전 11시쯤 되면 배가 고파 메밀차를 마시면서 점심시간까지 버틴다. 점심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돈가스, 김치찌개, 한식뷔페 등을 사 먹는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기에 점심은 많이 먹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밥이 잘 안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또 배가 고프다. 그럴 때는 초코바를 하나 사서 허기질 때마다 한 입씩 먹곤 한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온다. 하지만 저녁 먹는 시간은 불규칙한 편이다.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회식을 할 때도 많다.

서울에 온 뒤 권씨는 엄마가 해준 것 같은 집밥이 제일 먹고 싶다.

서울시내 편의점에서 한 직장인이 삼각김밥과 바나나맛 우유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 사례 2. 급하게 식사 해결하니 몸이 망가지는 느낌

박현준(25)씨는 대구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서울에 와 노량진 공시촌에서 수험생활을 했다.

6개월간 수험생활을 거친 박씨는 현재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상태다. 박씨가 노량진 수험생활 시절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씨는 노량진에 있는 원룸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자취를 했다. 자취 초기에는 친구들과 함께 밥을 해 먹었지만, 시간과 돈도 많이 들어 나중에는 거의 사 먹었다. 아침은 주로 편의점에서 싼 값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샌드위치, 주먹밥, 삼각김밥 등을 먹고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했다.

점심, 저녁은 학원 근처 식당에서 먹었는데 1시간 안에 예습, 복습까지 해야 해서 30분 안에 밥을 ‘후딱’ 먹어 치울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속이 좀 많이 더부룩했다. 밥을 먹으면서 건강해진다는 느낌보다 몸을 망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점심, 저녁은 간단하게 도시락 컵밥, 돈가스, 햄버거, 쌀국수를 많이 먹었다. 노량진에서 유명한 도시락 컵밥은 밥에 볶음 김치, 햄 등을 얹어 먹는데 이에 대해 그는 “배는 부른데 소화는 잘 안 되더라”며 먹은 뒤 몸의 반응을 설명했다.

박씨 역시 권 베로니카씨와 마찬가지로 “집밥이 제일 먹고 싶다”고 말했다.

■ 사례 3. 채소 큰 단위로만 팔아 밑반찬 만들기 어려워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오경택(29)씨는 그래도 또래 청년에 비해 밥을 부지런히 챙겨 먹는 편이다.

자취방에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등 간단한 취사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닭 안심을 구워 먹거나 밥을 해 먹기도 하고 시리얼도 먹는다.

“친구들은 집에서 라면, 밥, 김치만 먹거나 다른 메뉴는 거의 사 먹는다”고 전한 오씨는 자신이 “잘 챙겨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씨도 채소와 밑반찬이 먹고 싶을 때가 많다. “채소는 큰 단위로 팔아서 먹기가 힘들고 밑반찬은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먹는 데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 “1인 가구 위한 대책 필요” -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ㆍ예수회)

그리스도교에서도 ‘먹는 것’ 중요

육체뿐 아니라 영적 힘 얻는 행위

불균형 식단에 건강 불균형 우려

조현철 신부(예수회·서강대 교수)는 본지에서 제시한 젊은이들에 대한 식생활 사례와 자신이 학교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사례를 보고 청년의 식생활에 대해 느낀 점과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본지에 전화로 전해왔다.

조 신부는 먼저 “젊은이들의 ‘먹는다’의 개념이 변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먹는 것은 육체의 힘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영적인 힘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여긴다”라며 “성경에서도 예수님이 가난한 사람들과 먹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마태 14,13~21;마르8,1~10 참조)며 근거를 제시했다. 그런데 요즘은 먹는 것이 “차량에 기름이 떨어지면 기름을 주입하듯이 일할 수 있는 힘을 보충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고 현 상황을 바라봤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먹고, 걸어가면서도 먹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한 조 신부는 “아이 엠 왓 아이 잇”(I am what I eat·내가 먹은 것이 나를 결정한다)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패스트푸드를 먹거나 영양이 불균형한 식단을 계속 먹다 보면 먹는 사람도 불균형하게 될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식생활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사서 먹고, 빨리 먹고, 혼자 먹는 식생활을 형성하게 된 것은 본인들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쫓기면서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신부는 청년 식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혼자 사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을 꼽았다.

“혼자 살면서 밥을 해 먹는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혼자 사는 사람이라도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신부는 현재 청년의 식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혼자 먹는 것”으로 꼽으며 “같이 먹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독거노인도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청년을 넘어서 1인 가구의 공동식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 신부는 말했다.

“1인 가구 역사가 오래된 해외 지역에서는 혼자 살아도 밥은 공동으로 먹는 곳이 있다”며 젊은이들도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먹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우리나라도 같이 살지 않지만 공간을 마련해 함께 밥을 먹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조 신부는 “이런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식비가 적게 든다”고도 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밥을 같이 먹으려고 시도하는 젊은이들에게 공간과 재료를 지원해주면 좋을 것”이라며 젊은이 식생활 개선을 위한 제도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각 지역 본당에서는 청년 회합 뒤 음식을 사 먹기보다 교회 공간을 활용해 젊은이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는 경험을 하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서 먹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