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원전과 건강’ 주제 한일 국제 심포지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2-07 수정일 2017-02-08 발행일 2017-02-12 제 303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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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몸에서도 방사능… 핵발전소, 주민 건강 ‘위협’
한일 정부, ‘안전’ 주장하지만
피폭·핵사고 등 위험성 산재 
핵발전 없이도 전력 충당 가능

1월 18일 열린 ‘원전과 건강’ 주제 한일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발제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핵발전에 대해 명백한 반대를 천명했다.(2013년 10월, 담화문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참조) 교회가 탈핵을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과 환경을 해치고 파괴하기 때문이다.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반핵의사회 등은 1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전과 건강’에 대한 한일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후쿠시마 핵사고와 그 영향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함께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이어졌다.

후세 사치히코(布施幸彦) 후쿠시마 공동진료소 원장은 후쿠시마현의 소아 갑상선암 발생이 2011년 사고 이후 급격히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발생 지역이 핵발전소 인근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현립의대 통계에 의하면, 2013년 12월 31일 현재 74명이던 소아 갑상선암 환자는 1년 뒤인 2014년 12월말 117명, 2015년 12월말 167명, 2016년 6월말 175명 등으로 늘어났다. 다른 질병 역시 크게 늘었다. 핵발전소 폭발 1년 전인 2010년과 1년 후인 2012년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백내장은 227%, 뇌출혈은 300% 증가했다. 소장암과 대장암, 전립선암도 각각 400%, 297%, 300%가 늘었다.

후세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과잉 진단’이라며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여전히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오염 지역으로 주민들을 귀환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핵발전소가 주민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오염 지역에 주민들을 귀환시키려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핵발전소 밀집 지역인 경주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도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발생 현황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아직 중간 조사 단계라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서 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측은 이에 대해 ‘과잉 진단’이라는 입장이지만, 백 교수는 다양한 조건과 요인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홍주 여성의원 원장은 세 번째 발표에서 후쿠시마 핵 사고 피난과 복구 과정에서의 인명 피해 양상을 분석하고 장기간에 걸친 피폭 자료와 건강 자료들을 연계해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후쿠시마 핵 사고가 제1호기 상업 운전 개시일로부터 정확히 40년 뒤에 발생했고, 한국의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가 2018년 40년이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반경 20㎞ 내 주민 수가 8만 명이었던데 반해, 한국은 10배가 넘는 84만 명, 30㎞ 내에는 무려 350만 여 명이 거주하는 것을 고려할 때, 사고 발생시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월성 원자로 반경 1㎞ 내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만 4세 아이의 몸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며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례는 분명히 한국의 핵발전소 운영 현황과 정책에 큰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후세 원장은 “체르노빌 핵사고의 교훈이 일본 후쿠시마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오염된 지역에 주민들을 다시 복귀시키고 농사를 허용함으로써 엄청난 내부피폭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현황과 관련해 “후쿠시마 핵 사고 후 일본은 4년간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했고, 지금도 단 2기만 재가동하지만 전혀 전력이 모자라지 않다”며 “한국 역시 핵발전을 멈춰도 전력이 모자라는 일은 없을 것이며 결국 핵발전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사능 피폭, 얼마나 해롭나

암·백혈병에 유전 장애 가능성도

핵무기는 폭발 즉시 열폭풍, 열복사선, 핵방사선, 전자기파 등의 효과로 피폭 범위 안의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파괴한다.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방사능 피해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모든 생명체를 광범위하게 손상시키는 재앙을 가져온다.

핵발전소 사고 역시 핵무기에 준하는 피해를 야기한다.

방사능 피폭은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으로 나뉜다. 외부 피폭은 핵폭탄 폭발이나 엑스레이 촬영처럼 체외의 방사선원에서 야기되는 것이다.

광범위한 신체 부위가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직접적 피해를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라고 한다. 신경혈관계, 조혈계, 위장관계, 피부 등에 큰 손상이 일어난다. 방사선이 세포 분열과 상호작용함에 따라 수많은 피폭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내부 피폭은 방사능 오염 물질을 섭취해 발생하는 것으로 더욱 광범위하고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방사능 오염 물질은 배출이 되지 않고 몸에 축적, 농축됨으로써 상시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되는 셈이다.

한꺼번에 고선량의 피폭을 당하면 급성장애 및 사망에 이른다. 저선량의 피폭시에도 방사선량에 따라 백혈병, 암 등이 발병하고 유전자가 파괴되거나 생식세포가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질병과 장애는 피폭 후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경과한 뒤부터 발생하므로, 후발성 장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전 장애의 경우에는 한 세대의 피폭 영향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므로, 다른 단순 재해나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