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김영주 목사

정리·사진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7-01-31 수정일 2017-02-01 발행일 2017-02-05 제 3030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불의에 맞서는 것이 종교개혁 정신… 교회, 가난한 이들 편에 서야”
종교간 대화와 협력은 건강한 사회 위해 필요한 과제
그리스도교 끊임없이 변화·일치해 세상에 역할 해야
종교개혁 500주년이 교회 변혁의 중요한 계기 되길

김영주 목사는 종교간 대화와 협력, 연대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고 과제라고 강조한다.

■ 대담 : 장병일 편집국장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500년 전 청년 그리스도인 마르틴 루터로 인해 촉발된 종교개혁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날 이 땅을 살아가는 마르틴 루터의 추종자들은 오히려 개혁 대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 한국교회도 ‘종교개혁’과 같은 개혁에서 비껴 서있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적잖은 현실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이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주 목사와 대담을 통해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본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올해로 500주년입니다. 종교개혁은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또 다른 아픔이라고 생각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감상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김영주 목사(이하 김 목사) : 개신교 차원에서 보면, 종교개혁 500년을 한국 땅에 수평적으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마르틴 루터 이전에도 많은 선각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신앙이 무엇이냐’라고 고민했던 한 젊은 신부, 마르틴 루터에 의해서 참 신앙의 길을 찾아갔다면 참 귀중한 결단입니다.

개혁이라는 화두는 항상 우리에게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도 루터에 의해 자극을 받고 변혁의 과정을 겪으며 역사적 발전을 이루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스도인들에게 소중한 역사적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새롭게 변화해야 될 것인가 고민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를 개혁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장 국장 :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종교개혁을 하나의 단순한 역사적 사실로 생각합니다. 500년 전 이뤄졌던 종교개혁을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김 목사 : 종교개혁을 한 시대의 트렌드라고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종교개혁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왔습니다. 지금도 이루어져야 되고. 종교개혁 미완의 과제들, 우리가 참으로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개신교 신학에는 세 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 교회는 이웃을 위한 교회. 다음으로, 소비자 중심이 되어선 안 되는 교회. 세 번째로 끊임없이 예수를 닮아야 되는 교회가 그것입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엉뚱한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끊임없이 변화와 변혁을 해야 합니다.

주님이 바라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성경 말씀대로 진리는 하나니까,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장 국장 : 오늘날 종교개혁 정신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실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울러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목사 : 종교개혁이라는 것은, 개혁이 일어날 당시 정치구조에 대한 저항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정치의 타락을 비판해야 하는 게 종교개혁의 정신이라고 봐요. 정치권력이 타락하면 종교인들이 정치권력에 대해서 저항해야 되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촛불을 든다는 건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저항의 표시입니다. 교회는 마땅히 저항의 편에 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자꾸만 자기조직 보호로 기울다 보니, 이웃을 위한 교회가 되지 못하고, 자기조직을 위하는 일에 매몰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진리가 어디 있는지 보다도 신도 편의에 맞춰지는 소비자 중심 쪽으로 신앙이 굴절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교회가 자꾸만 과거 화려했던 때처럼 기득권화하는데, 기득권화하는 순간 종교는 타락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는 민중 속으로, 바닥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주님 말씀을 따라 이 시대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이들이 요청하는 것에 기꺼이 응답해야 됩니다. 불의한 사회에 도전을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정신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위해서 그리스도인들은 저항해야 합니다.

▲장 국장 : 일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미미하다고 생각됩니다. 김 목사님은 30년 가까이 교회일치운동에 헌신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치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또한 그리스도인 일치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 목사 : 30대 후반 NCCK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세상 용어로 하면 행운이었고, 신앙적 용어로 하자면 하느님 은총이었습니다. 교회를 통해서 세상 보는 법을 배웠고, 세상을 통해 교회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타 종교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사람보다 빨리 타종교 장점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다종교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개신교가 너무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지금은 교파 간의 대화, 천주교와 개신교의 대화, 나아가서 정교회와의 협력, 그것을 뛰어넘어서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민족종교와의 대화와 협력, 연대 이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NCCK에는 두 가지 상징적인 단어가 있는데, 하나는 인권이고 하나는 통일입니다. 그래서 1974년에 인권위원회가 조직됩니다. 정치적 탄압이 굉장히 심할 때, 학생들과 민주운동가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인권위원회를 조직해 소위 저항을 하는 이들을 돕고 돌보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1980년도에 광주항쟁이 일어나고 난 뒤 NCCK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1981년 통일위원회를 만듭니다. 여실히 깨달은 것은 통일문제를 생각하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원죄는 분단이다. 분단은 원죄라서 극복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죄가 재생산된다’는 인식 아래 이 원죄를 극복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됩니다. 북쪽하고도 대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우리끼리 대화를 안 할 수 없잖아요.

의견을 나누고 있는 김영주 목사(왼쪽)와 장병일 가톨릭신문 편집국장.

▲장 국장 : 신실한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도 일치를 위한 실천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화합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동기가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에서 일치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 목사 : 2년 전에 그리스도교 일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를 만들자 해서 천주교와 개신교가 ‘신앙과직제협의회’를 조직했습니다.

이런 일치를 위한 노력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 상당한 부분 일치에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죠. 그걸 하기 위해서 현재 개신교, 천주교 평신도들의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학자들 간에 심포지엄 등을 해마다 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진전이 되면, 이 사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공동의 캠페인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치적인 것이 아닌, 환경보호 활동 같은 것입니다. 각 가정에서 전기 아껴 쓰기 운동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신앙과 상관없이, 신앙의 갈등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세계 원조운동이라든지, 천주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명윤리와 관련된 게 있는데, 끊임없이 우리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배우고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아주 느슨한 단계에서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그런 것들을 같이 하다 보면 더 나은 발전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통일이라든지, 개혁이라든지, 민주주의라든지, 인권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완성이 없습니다. 과정이지요. 통일을 예로 들면 정치적 영토적으로 통일이 되면 완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일 수도 있고 하니까 통일도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는데, 이 ‘수신’이라는 단어가 제일 앞에 있는 단어라서 우선순위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말입니다. ‘수신’은 죽을 때까지 해야 되는 것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일치도 일치를 이루었다하는 그 순간이 일치가 아니죠. 일치도 과정입니다. 끊임없는 과정이고 개혁도 과정입니다.

오늘 이 상황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혹은 불교인으로서 불림을 받았다면 자신이 처해있는 이 처소에서 내가 지향하고자 하는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현존 앞에 거룩하게 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 국장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면.

-김 목사 :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고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 개혁이 현대에서 의미하는 바가 뭔지 한 번 되살려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내부를 향한 종교개혁과제 95개 조항을 만들어놨어요. 2월 정도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가톨릭에도 제안을 하고 싶은데, 4월 16일이 세월호 3주기입니다. 이날은 교회력으로 부활절입니다. 사순절의 시작이 3월 1일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축일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기념일 하고 딱 맞습니다.

만약 천주교가 동의를 한다면, 촛불정국과 함께 이 민중의 항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기는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나는 세월호를 단순히 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한국 사회 대전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했던 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세월호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단면을 통해 사회 변혁을 추구해야 되는 건데, 천주교와 한국 사회의 변혁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아젠다를 내놓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올해는 그레고리안 달력에 의해 정교회도 우리와 사순과 부활시기가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공동기도의 제목을 내놓고 공동으로 기도하고 또 필요하다면 공동의 설교도 하면 좋겠습니다.

▲장 국장 : 이 기회를 통해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과 특별히 나누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김 목사 : 개신교 목사이지만 가톨릭에 대한 존경심이 있습니다. 신앙 전통을 지키려고 애써오신 오랜 노력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존경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 영성훈련은 잘 돼 있지만 집단적 영성훈련은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500년 전 젊은 신부의 처절한 몸부림을 업신여기지 말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풍성하게 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잘 헤아려서 부둥켜안고 교회공동체가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빛이 세상을 밝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소금도 일반음식과 섞여 부패하는 것을 방지해야만 의미가 있지 소금으로만 남아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역사를 통해서 배우지 않는 사람은 희망이 없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역사의 과정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잖아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훈련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옳은 판단을 하는 일에 교회가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과감하게 현장에 서서, 때로는 편파적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옳음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도 내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김영주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나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총무, 남북평화재단 상임이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 NCCK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NCCK 일치협력국·평화통일국 국장, 남북인간띠잇기대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기독교방송 이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사진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