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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요?

이연세(요셉) 대령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입력일 2017-01-18 수정일 2017-01-18 발행일 2017-01-22 제 302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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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50대 초반의 한 지인과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반쯤 했을 때, 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면서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때가 없었어요. 옛날이 정말 좋았어요.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꿈 많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푸념을 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저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제 경우에는 10대보다는 20대가 행복했고, 20대보다는 30대가 더 행복했으며, 30~40대보다도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그래서 타임머신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 이상으로 더 잘 살 수는 없을 같아요.” 지인은 제 얼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는 부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의 삶을 되돌아보면 20대에는 암울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습니다. 30대에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인정받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더욱이 그 바쁜 중에도 틈틈이 미래를 위해 학업을 이어나갔으니…. 아침에 일어나면 코피를 쏟는 날이 많아서 아내가 늘 보약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40대에는 직장과 가정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지만 직책이 주는 책임감으로 인한 중압감으로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어떤 때는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지내나?’ 고민했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5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저는 기도와 독서를 통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어렴풋이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키케로는 「노인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노인이 젊은이보다 더 행복한 이유를 네 가지 들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구 감퇴는 오히려 노년의 큰 축복”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젊은이들이 가질 법한 성적인 욕구, 물질적인 욕구, 오락에 대한 욕구 등의 감소가 오히려 행복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마음의 평화는 헛된 충족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같은 욕망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저는 그동안 제 삶의 추동력이라고 여겼던 돈, 진급, 명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고, 이제야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습니다.

행복은 만족에 있다고들 합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는 없어도 소소함으로부터 마음의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미사봉헌을 하며, 코를 골며 잠자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아내와 산책길에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오천원짜리 냉면에서도 행복을 얻곤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머리가 복잡할 때가 있는데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 때문일까요?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코헬렛 7,14)

이연세(요셉) 대령 (육군 항공작전사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