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1)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 비법 / 제라르드 오코넬

제라르드 오코넬 (예수회 발행 주간지 「아메리카」 바티칸 통신원)
입력일 2016-12-28 수정일 2016-12-28 발행일 2017-01-01 제 302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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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가톨릭신문은 ‘글로벌칼럼’을 신설, 세계 각국 신자들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교회 입장과 가르침 등을 공유한다. ‘글로벌칼럼’은 전 세계 다양한 가톨릭 매체에 실리는 양질의 칼럼들과 유명 칼럼니스트들의 글로 구성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시절 펼친 강론과 연설을 모은 신간 「당신의 눈에 비친 나의 말」(My Word Is in Your Eyes)을 이탈리아어로 발간했다. 신간과 관련해 교황은 최근 예수회 발행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와 흥미로운 질문을 주고받았다. 스파다로 신부의 질문 중에는 당연하게도 “교황은 어떻게 강론을 준비하고 있는가?”도 포함돼 있었다.

교황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경험했던 강론에 대해 설명했다. 강론은 성령에 대한 강력하고도 행복한 경험이 될 수도, 우리를 위로하는 하느님의 말씀이 될 수도, 우리의 쇄신과 성장을 위한 마르지 않는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교황은 예수의 죽음으로 낙담한 채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에게 예수가 했듯이, 강론으로 “신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다로 신부가 교황에게 “그 비결 무엇이냐?”고 묻자, 교황은 자신의 강론 준비법을 공개했다.

교황은 전날 낮부터 강론을 준비한다. 우선 다음날 복음과 독서를 읽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한 복음과 독서를 소리 내어 읽는다. 성경이 자신에게 하고자 하는 말씀을 듣는 과정이다. 이어 수첩에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적고, 중요한 단어에 동그라미를 친다. 그리고 그날그날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계속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묵상하고, 생각하며, 음미한다.

이어 교황은 사제들이 강론을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두 가지 요소를 들었다.

우선 신자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교황은 “신자들의 삶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어떻게 설교를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신자에게 가까이 갈수록 더 훌륭한 강론을 할 수 있고, 하느님의 말씀을 이들의 삶에 더 가까이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주님의 말씀을 인간의 경험과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교황은 “사제들이 신자들 그리고 신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에서 동떨어져 있을 때 신학의 틀에 갇혀 ‘하라’, ‘하지 말라’라는 공허하고도 추상적이며 아무 의미 없는 말을 늘어놓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사람들과 계속 접촉했던 예수의 설교는 직접적이면서도 구체적이었다”면서 “예수는 농부와 양치기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했지,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론 준비를 위해 교황이 두 번째로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교황은 사람들에게 좋은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바라보는 법과 그들로부터 듣는 법을 알며, 그들이 경험하는 삶의 성쇠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과 만나 부딪치고 그들을 쓰다듬어야 하며 침묵 속에서 이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도 강론을 위한 필요 요소라는 것이다.

교황은 준비된 강론 원고를 읽는 것을 반대한다. 강론 원고를 읽으면 신자들의 눈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교황은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들이 바로 교황이 말하는 좋은 강론을 하는 비결이다.

※제라르드 오코넬(Gerard O’Connel)은 예수회 발행 주간지 「아메리카」(America)의 바티칸 통신원으로 활동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로마에서 30년 이상 거주하면서 ‘로이터’와 ‘더 태블릿’,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 ‘아시아가톨릭뉴스’, ‘바티칸 인사이더’ 등 다양한 영어권 매체에 교황청 소식을 전해 왔다

제라르드 오코넬 (예수회 발행 주간지 「아메리카」 바티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