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칠레] 원치않은 밤손님의 방문

문석훈 신부
입력일 2016-10-18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6-10-23 제 301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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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칠레는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나 싶더니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해도 길어져서 오후 8시가 돼서야 노을이지고 있습니다. 현재 칠레의 선교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원사제 프로그램으로 이뤄집니다. 내년 7월 피데이도눔으로 바뀔 때까지 선교회 활동을 도와주면서 선교회의 노하우를 익혀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그런 무탈한 삶을 누군가 질투하는 듯 최근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구장 주교님 방문 때부터 이야기해야겠네요. 주교님 방문 때, 주교님을 모시고 가까운 바닷가 도시로 갔습니다. 도시와 예전 골롬반외방선교회의 사목지를 둘러보시고 그곳에서 쉬실 때, ‘밤손님’이 차의 앞문을 강제로 벌려서 자동차 오디오를 탈취해갔습니다. 그리고 트렁크에 있는 보조타이어도 훔쳐갔습니다.

문석훈 신부가 본당 신자들과 칠레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주교님 수행 중이라 아무 처리를 못하다가 주교님 방문 후에 경찰에 신고하고 수리를 맡겼습니다. 신고는 다만 보험처리를 위한 것일 뿐 범인을 잡을 수는 없답니다. 2주 넘는 시간이 지나서 수리가 끝났고 차를 돌려받은 날, 또 사건이 생겼습니다. 정비소의 누군가가 차에 있던 TAG(일종의 하이패스)를 훔쳐간 것입니다. 결국 또 경찰서…. 한국에서는 발 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경찰서를 벌써 두 차례나 다녀온 경력을 보유했으나, 인생은 삼 세 번이라고 누가 그랬던가요? 같이 활동하는 전주교구 알비노 신부님과 업무 차, 본부에 올라가던 길이었습니다. 번화가 골목에 차를 두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왔죠. 겨우 햄버거 하나를 먹었는데 그 햄버거가 그토록 비싼 저녁식사가 될 줄 몰랐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와보니 ‘그 분’께서는 트렁크를 뜯어 우리 두 사람 짐을 몽땅 훔쳐간 것입니다. 작업하려고 가져온 우리들의 컴퓨터는 물론 다른 기기들과 옷, 심지어 차량등록증까지…. 가장 슬픈 것은 외장하드에 담긴, 신학생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추억 어린 사진들을 도난당했다는 것이죠. 어찌됐건 그날 밤, 예정된 작업은커녕 경찰서에서 오전 3시까지 기다려 조서를 썼답니다. 그리고 차량등록증 때문에 검찰청 방문이 추가됐죠. ‘살다살다 검찰청을 다 와본다’는 감개무량과 더불어 검찰청이라는 단어를 제 스페인 단어장에 기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남미를 살기 좋은 곳으로 생각합니다. ‘남미, 뭐 있는 거 다 있고….’ 이렇게 말이죠. 네, 과거 그들의 모습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답니다. 아직도 내전 중인 곳이 있고, 경찰보다 마약 갱단의 힘이 더 센 곳도 많으며 가난에 허덕이는 수많은 이들이 있답니다. 칠레도 예외는 아닙니다. 크고 높은 건물에 가려진 수많은 빈민이 있습니다. 또 그들이 자랑하는 화려함 뒤에는 윤리교육의 부족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있고 화려함을 쫓아 무작정 모여든 이들이 결국 도시 빈민이 되어 수많은 범죄를 만들고 있답니다.

그러니 남미도 여러분들의 관심과 기도 그리고 많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곳임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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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