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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생태환경 활동가 첫 연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10-18 수정일 2016-10-18 발행일 2016-10-23 제 301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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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평화-생태-환경”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활동가 연수에서 참석자들이 생태토크를 통해 체험을 나누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10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2016 생태환경 활동가 연수를 마련했다.

전국의 생태환경 사목 활동가 20여 명은 위원장 강우일 주교와의 대화, 교구별 활동 나눔,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 등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새롭게 탄력을 받은 교회 생태환경운동의 전망을 모색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생태토크를 통해 각자의 체험들을 공유하고, 향후 연대 노력을 다짐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연 이번 연수회에서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후 가톨릭교회의 생태환경 활동 안에서 나타난 활력에 주목했다.

■ 생태회칙 반포, 교회 생태환경 운동의 때 무르익어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이자 생태환경위원회 총무를 새로 맡은 이재돈 신부는 “이제 정말 교회 생태환경 운동의 때가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가 처음 교회 환경운동에 발을 디딘 것은 1991년, 한국교회 환경운동의 태동기였다. 당시 다양한 방식의 환경운동이 시작됐지만, 활동가들과 전체 교회 모두 “준비가 안 된 상태”여서 수 년 후 교회 환경운동은 “활력을 잃고 정체된 상태로 25년을 지내왔다”고 평가받는다.

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을 통해 창조질서 보전의 소명이 교회의 공식 가르침으로 명확하게 제시됐다”면서 “이제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우리 스스로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교황 회칙이 ‘통합적 생태론’을 제시하고 있음에 다시 한 번 주목했다.

강우일 주교는 “사회정의와 생태정의는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회칙은 가난한 이들의 착취와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필연적으로 피조물 전체와의 평화를 전제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정의평화 활동과 생태환경 활동은 긴밀한 연대 안에서 이뤄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생태적 가르침과 일상의 조화

연수에서는 교회 가르침과 활동가 개개인 삶의 조화와 합일에 대한 성찰도 깊이 있게 이뤄졌다. 정의평화와 생태환경 활동이 신자 대중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에 관해 강우일 주교는 “사회교리가 믿을 교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사실 사회교리는 믿을 교리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회교리가 신앙생활의 핵심이 아니라는 오해가 비일비재하다는 데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탈핵 활동가인 김은순(프란치스카·청주교구 창조보전연대)씨는 “박해가 교회로부터 오기도 한다”면서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길 위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김검회(엘리사벳·부산교구 정평위 사무국장)씨는 “4대강 반대, 고속철도 반대, 철새들의 삶터를 파괴하는 공사 반대 등을 하다 보니 싸움꾼으로만 여기는 이들도 많다”면서 “교황 회칙 반포 이후 교회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수녀(성심수녀회·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는 “정의가 무엇인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정의를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고, 곽영미 수녀(성가소비녀회)는 “호미질 하나에도 그것이 어떻게 생명과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되는지를 좀 더 고민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 생명과 돌봄을 생각하는 생태적 감수성

아울러 대부분 10년, 20년 이상 오랜 기간 이어온 활동가로서의 경험은 생명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웠다는 고백들이 많았다. 곽영미 수녀는 “땅이나 작물들에 대해 잘 몰랐는데, 무작정 내 맘대로 하면 땅과 작물을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면서 “직접 땅을 만나기 전에 생명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검회씨 역시 “좀 더 대중성을 얻고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석일웅 수사(작은형제회)는 “새만금 투쟁 당시 해창 바닷가 컨테이너에서 죽음을 코앞에 둔 생물들을 보면서 지구를 살리는 것이 정의라고 느꼈다”고 밝히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쓰레기 하치장을 만들면서 땅이 좋아할까, 나무가 좋아할까를 고민하고 땅과 나무에 물어보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일상의 실천과 생태적 감수성 교육에 못지않게 제도와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 역시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한웅(바오로·안동교구)씨는 “일회용품 안 쓰기, 전기 아끼기 등 작은 실천들도 중요하지만,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의 제도와 구조의 변화 역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