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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시노드 (하)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08-16 수정일 2016-08-17 발행일 2016-08-21 제 300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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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인도 따른 ‘소통의 장’

같은 말이라도 시대나 언어를 쓰는 대중들에 따라 뜻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남과 북으로 갈라져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산 하나만 넘어도 말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쓰이는 말 가운데서도 모양은 예전과 같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뜻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말이 언중(言衆)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연원에서 볼 때 ‘시노드’라는 말도 교회 안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져 온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 교회 때부터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예수님께서 수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셔서 기쁜 소식을 전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시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그분의 제자들도 주님의 모범을 따라 공동체를 찾아가고, 때로는 공동체를 일구며 복음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기 교회 때의 모습 또한 ‘회의’라는 뜻을 지닌 ‘시노드’의 원초적인 모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가 맞닥뜨린 크고 작은 사안을 두고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고 뜻을 모으는 모습은 오랜 세월 가톨릭교회가 간직해 온 소중한 보물이라 할 만합니다.

시노드라는 보물은 시간을 거듭하며 더욱 풍성해지고 가치를 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10월 가정을 주제로 열린 주교시노드(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를 들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 회의 첫날인 10월 5일 바티칸 시노드 홀에서 행한 개막 연설에서 시노드는 타협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의회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하느님 백성이 함께하는 여정’임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시노드(함께 걷는다는 뜻)적 교회는 듣는 교회입니다. 서로 들으면서 배워야 합니다”며 소통의 장으로서 시노드를 힘주어 말했습니다.

교회 역사와 함께해 온 ‘시노드’는 그 참된 뜻을 잘 갈고닦아 신앙 안에서 체화해낼 때 성령께서 활동하시는 장이 될 것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