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7) 문제 일삼는 신자 보고만 있는 본당 공동체 이해 안돼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n
입력일 2016-07-05 수정일 2016-07-06 발행일 2016-07-10 제 300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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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문제 일삼는 신자 보고만 있는 본당 공동체 이해 안돼

끊임없이 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시는 하느님이 이해가 안됩니다. 저희 본당에는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거의 범죄 수준의 잘못을 서슴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그분의 문제점에 관해, 작게는 주변 사람들을 모함하고 신부님까지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등의 문제에 관해 알렸지만, 저희 본당 신부님께선 그저 서로 배려하며 살라고만 말씀하시고, 그 사람에겐 아무 말씀도 않고 그냥 두십니다. 본당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더러, 단체장 직책까지 맡겼습니다. 그 사람은 외적으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내막을 잘 모르는 신자들은 직장 생활도 바쁜데, 성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남성 신자로 인정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그 사람과 단체활동을 어떻게 해 나갈지 고민입니다.

[답변] 상대방을 과도하게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질문자가 보기에는 거의 범죄 수준의 잘못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크게 입히면서도 외적으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단체장 직책까지 맡는 철면피 같은 사람을, 본당신부님은 감싸 돌면서 “서로 배려하고 살라”고만 하시니 정말 답답하고 미칠 것 같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성당에 나가서 그 사람과 단체활동을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참으로 고민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잠시만 숨을 고르시고,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신앙의 대상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신앙의 대상은 바로 하느님이시지요? 그리고 우리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바로 하느님을 닮아서, 그분이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우리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지를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후에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죄악에 얽매인 채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마리아를 선택하시어 인간 구원자의 어머니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인간의 무거운 죄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완전한 용서로 응답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주님의 자비는 언제나 어떠한 죄보다도 더 크므로 그 누구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자비의 얼굴」 3항)라고 말씀하십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도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하느님의 고유한 본질입니다. 바로 그 자비 안에서 하느님의 전능이 드러납니다”(같은 칙서 6항에서 재인용)라고 하셨지요. 구약 성경에서는 ‘분노에 더디시고 자비로우신 분’이라는 말로 자주 하느님의 본성이 묘사됩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여러 비유들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본성을 연민과 자비로 끝까지 용서하시는 본성으로 보여 주십니다.

‘되찾은 양’의 비유, ‘되찾은 은전의 비유’, 그리고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용서를 해 주실 때에 더욱 기뻐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자비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으로 드러나며, 마음속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고 용서를 통하여 위로를 가져다주심”(「자비의 얼굴」 9항)을 강조 하십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던 칼 융(Carl Jung)은 모든 사람 안에는 다 그림자(shadow)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 그림자는 자아(ego)의 어두워진 부분으로, 우리 안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그림자를 잘 들여다보고 이를 밝게 닦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의 그림자는 쉽게 다른 사람에게 투사(projection)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내 안에 있는 어둡고 열등한 그림자를 상대방 안에서 보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우리는 그런 상대방을 사정없이 비판하고 싫어하고 미워하게 되지요. 그래서 이 기회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내안에 있는 어두운 면을 상대방에 투사해서 과도하게 상대방을 미워하고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성찰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간곡히 부탁하시고 계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나도 내 안에서 실천하면서 신앙인으로서의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sangdam@catimes.kr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