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도미노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6-06-14 수정일 2016-06-15 발행일 2016-06-19 제 299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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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뜻하는 ‘도미누스’서 유래
패 모양도 유럽 성직자 옷 영향

알베르트 안케 작, ‘도미노 놀이패를 가지고 노는 소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따르는 현상을 흔히 ‘도미노’라고 표현한다. 첫 번째 블록을 쓰러뜨리면 모든 블록이 이어 쓰러지도록 만드는 놀이에서 따온 말이다. 교회와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이 놀이의 이름은 사실 ‘주님’(도미누스·Dominus)이라는 교회용어에서 유래했다.

도미노라고 하면 흔히 직사각형 형태의 블록을 쓰러뜨리는 놀이가 연상된다. 하지만 사실 도미노는 패를 맞춰 점수를 내면 승리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었다. 도미노와 비슷한 놀이가 이미 10세기경 중국에 있었지만, 지금의 도미노게임은 18세기 이탈리아에서 고안됐다. 주사위 놀이에서 착안한 도미노의 패들에는 주사위의 6개 면 중 2개 면이 나란히 새겨졌다. 패에 있는 주사위 눈 수를 맞춰 나열하고 가진 패를 모두 내놓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이때 승자를 도미노라고 부른다.

도미노의 패는 보통 주사위가 새겨진 상아로 된 앞면과 검은 나무로 된 뒷면으로 만들어 졌다. 이 패는 당시 성직자들이 입던 복장을 떠올리게 한다. 두건과 긴 망토가 달린 이 복장이 겉은 까맣고 안은 하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 의복의 이름 또한 고대 프랑스어로 ‘도미노’(Domino)였다. 성직자의 의복 도미노는 ‘주님을 찬미합니다’(Benedicamus Domino)라는 기도 문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원 때문인지 프랑스의 수사들이 도미노게임을 만들었다는 전설도 있다. 수사들은 게임에서 “딕시트 도미누스 도미노 메오”(Dixit Dominus Domino Meo)라고 외쳐 승리를 선언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는 주일 저녁기도의 첫째 시편의 첫 구절로 ‘주님께서 내 주께 이르셨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미노의 패를 쌓거나 나란히 세워 쓰러뜨리는 놀이가 생겨나 유행했다. 그래서 도미노는 원래 보드게임과 함께 쓰러뜨리는 놀이도 포함하는 말이 됐다.

여기서 도미노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다. 줄이어 쓰러지는 도미노 놀이처럼, 한 나라의 정치체제 붕괴가 이웃나라에 파급된다는 이론에 ‘도미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