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1) 성당 청년회 활동하며 본당 신부님께 서운한 마음 들어…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입력일 2016-05-25 수정일 2016-07-20 발행일 2016-05-29 제 299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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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성당 청년회 활동하며 본당 신부님께 서운한 마음 들어…

청년단체 활동을 하는데요, 신부님께서 일부 회원들만 신뢰하시고 눈에 띄게 배려해주시는 모습 때문에 마음이 너무 힘듭니다. 제가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저는 싫어하실까 하는 생각과, 누가 봐도 불합리한 결정을 하시는 모습에 반발심이 들어 억누르기 힘듭니다. 그런 신부님의 모습을 묵과하는 다른 회원들의 행태도 어이가 없고요. 이런 마음을 안고 활동을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동년배 신자들과 활동하고 기도하는 청년회가 제 삶에는 큰 힘이 되어 포기하긴 싫습니다. 더 밉보일까 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신부님을 볼 때마다 ‘저분은 신부님답다, 그렇지 않다’ 혼자 평가하는 제 모습에 하느님께 벌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답변】 기도하며 자신감 키우면 솔직한 감정 나타낼 용기 생겨

인간의 성격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BTI(Myers 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검사에서는 16가지 성격특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검사의 첫 번째 지표는, 외향성(E)과 내향성(I)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인간이 지닌 일반적인 태도로 정신 에너지가 주로 바깥으로 많이 향하느냐, 아니면 자기 안쪽으로 주로 흐르느냐에 따라서 성격유형이 달라집니다. 질문자는 내향 성향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자신의 안쪽으로 쌓아 놓고 자신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형이지요. 그런데 외향 성향의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엉뚱한 자기만의 생각으로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지요.

질문자는 동년배 신자들과 활동하고 기도하는 청년회에서 삶의 에너지를 많이 얻고 큰 힘을 받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청년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영적이고 내적인 신앙의 바탕을 꾸준히 닦아 나가면서 자신을 성숙시켜 나간다면, 본당 신부님이 누구를 나보다 더 좋아하더라도 그것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겠지요. 왜냐하면, 청년회 활동을 통해서 내가 맺는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가 중요한 것이지, 본당 신부님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심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으로부터의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구가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인정을 지나치게 목말라하고 본당 신부님이 나보다 다른 친구를 더 좋아하면 실망하면서 상대방을 비판하고 부정적인 눈으로 보면서 자신 안에 화를 쌓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질문자가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믿음을 지니는 대상은 바로 하느님이고, 그분의 자비와 사랑의 얼굴이신 예수님이시지요. 좀 더 자주 기도시간을 갖고, 기도 안에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어 보십시오. 내 안에서 서서히 힘과 용기, 그리고 에너지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신부님께 말씀드릴 수 있게 되겠지요.

먼저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을 키워 나가는 안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아강도를 높이는 훈련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지닌 강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약한 점도 함께 받아들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자신 안에 자신감이 생기는 그만큼, 신부님의 인정보다 예수님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되고, 신부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비판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남을 비판하고,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하기 전에 먼저 자신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내 마음속의 사랑’이란 시의 일부를 들려드립니다. 용기를 내어서 자기 자신과 대면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삶의 기쁨을 다시 찾으시기 바랍니다.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기쁨이 없을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기쁨과 평화가 없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나는 내 마음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sangdam@catimes.kr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