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0) 발달 늦은 첫째 아이 두고 심한 말하는 주변 사람에 화나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n
입력일 2016-05-17 수정일 2016-05-18 발행일 2016-05-22 제 299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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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발달 늦은 첫째 아이 두고 심한 말하는 주변 사람에 화나

저희 큰 아이는 6살 때까지도 말을 잘하지 못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내년에 초등학교를 보내야 하기에 걱정이 많이 되어 인근 큰 병원에 가서, 아이 상담도 하고 놀이치료 등을 하고 있는데 별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더 큰 듯하고, 4살배기 동생이 말도 놀이도 더 잘하니 큰 아이가 더 기가 죽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교육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힘이 듭니다. 게다가 주변 애 엄마들은 저에게 아이를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말까지 합니다. 자기 자녀들에게 우리 아이와 놀지 말라고 하는 이 엄마들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무조건 제가 넓은 마음으로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답변】아이만의 장점 찾아 격려하고 상처 준 사람에게 기도를

우선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늦거나 다른 장애나 병이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 그 자체가 힘들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인데, 거기에 더한 노고를 해야 하는 부모님들은 쉽게 에너지가 소진될 수가 있습니다.

자녀들 걱정에 자신의 정신과 육체 건강을 너무 돌보지 않는 것은 아닌지 챙기셔야 하겠습니다. 특히 이런 저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힘든 과정을 견디시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사람’인지 꼭 스스로 칭찬을 해 주고 상도 주어야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키울 때 말로는 “자녀들을 키워서 무슨 덕을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자녀에게서 여러 가지 보상을 바랍니다. 하지만 진정한 부모는 자식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어야 합니다. 대신 스스로가 자녀를 키우느라 애쓰는 스스로에게, 위로가 돼야 합니다.

예컨대 어떤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것을 잘한다는 자랑을 하거나, 자녀가 무언가를 성취하면 마치 부모가 뒷바라지와 교육을 잘해서 그런 것처럼 으쓱대기도 합니다. 성장한 후에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면서 사사건건 간섭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는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자기애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태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특히 자녀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고 초조하고 속상해 합니다. 부모의 의도에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지요. 그런 태도는 마치 키가 작은 아이에게 높이뛰기를 왜 못 하느냐고 다그치고, 마른 아이에게 왜 스모선수가 되지 못하느냐고 강요하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존재도 하느님이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드셨으므로, 진정으로 아이가 하고 싶고 아이가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그것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말은 느리지만, 운동, 그림, 음악, 요리, 바느질 등을 좋아할 수 있다면, 아이의 나름대로 장점을 찾아 주는 것이 필요하지요. 또 그렇게 특기를 찾아 줄 때마다 “최선을 다해라”, “열심히 해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되라”는 식으로 은근히 부담을 주기 보다는, 네가 행복한 방향을 잡으라고 조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옛말에 좀 모자란 아이가 효자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는 주변 어머니들이나 교사들의 편견 때문에 상처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수자에 대해 폭력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많이 병든 사람들입니다. 겉은 멀쩡하고 지위는 높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영혼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가득 차 있으니,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우리가 예수님께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키 작은 자캐오, 병든 라자로와 하혈에 시달리는 이름 모를 여인을 사랑하셨습니다. 꼽추이고 못생긴 성 바오로만큼 위대한 신학자가 있을까요. 하느님의 눈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차별한다면, 예수님께서는 그런 차별하는 사람들의 심각한 장애를 꾸짖으시고 걱정하실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서 장애를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숨겨 놓은 장애를 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으면,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 중에서 소위 정상인들은 갖지 못하는 인내심, 겸손함, 참을성, 사랑 등을 단단하게 갖출 수도 있으니, 그들에게서 우리가 얻고 배울 바가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어눌해 보일지 모르지만, 꾸준히 사랑을 주시면 그 어떤 자녀보다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