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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희망교육] (12·끝) 자오나학교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6-04-05 수정일 2016-04-05 발행일 2016-04-10 제 298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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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자라는 공간
13~20세 학교 밖 청소녀들 대상
다양한 학업·자립 프로그램 진행

난타수업을 받고 있는 자오나학교 학생들. 자오나학교 제공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 건물 3층에는 주거형 대안학교 자오나학교(교장 강명옥 수녀)가 자리잡고 있다. 1892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수녀회의 창립자 카르멘 살례스 수녀는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에게 늘 눈길을 두었던 인물이었다. 2012년 10월 21일 창립자의 시성을 계기로 한국의 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 회원들은 창립자가 지금 한국 땅에 살고 있다면 무엇에 눈길을 두었을까 깊이 숙고한 끝에 제도교육에서 벗어나 있는 청소녀들을 위한 사도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10월 개교한 ‘자오나학교’는 이에 대한 응답이다. ‘자오나’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의 줄임말이다. 예수님을 만나고 싶었던 자캐오가 나무에 올라갔다가 예수님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처럼 자오나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자오나라는 나무에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기를 발견하고 세상으로 나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이름이다.

자오나에는 두 그룹의 대상이 있다. 어린 엄마들과 아기들,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녀들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혼모가 자녀 양육과 학습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폭력적인 상황과 위험에 노출된 학교 밖 청소녀들의 경우에도 편안한 잠자리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으며 장기간 머물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그들은 쉼터를 떠돌며 전전긍긍한다. 이 두 그룹은 같은 위험에 놓여 있으며 안전한 숙소를 필요로 하고 아직 학생이기에 더 배워야 한다. 자오나 학교는 폭력과 빈곤 등으로 학업이 중단된 13~20세 청소녀로서 숙식과 학업이 필요한 아이들, 아기를 양육하는 어린 엄마로서 학업과 자립 준비를 원하는 미혼모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다.

학비와 기숙사비는 전액 무료며 중등과정 2년, 고등과정 2년의 기본 학제로 이뤄져 있다. 기초학력 신장학습(검정고시 준비), 여행, 농촌체험수업 등과 함께 진로수업, 직업탐색활동, 자격증 취득활동, 인턴십 활동, 경제수업 등 청소녀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한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오나숍(on-off 쇼핑몰) 운영을 통해 전문적인 직업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자오나학교의 교사들은 사회가 청소녀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똑같이 보지 않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나쁜 상황에 놓인 것이지, 상황만 변한다면 얼마든지 그 아이의 본래 가능성과 선함이 발휘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잘라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을 살리는 삶이 가장 고귀한 삶이며 누구에게나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위기를 경험한 청소녀들에게 자오나학교는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1월 엄마와 함께 생후 일주일 만에 이곳에 온 한 아기는 자오나학교에서 백일잔치와 돌잔치를 치르고 쑥쑥 자라고 있다. 아기들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과 많은 후원자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양육 미혼모들과 청소녀들의 마음 또한 자라고 있다. 받기보다 빼앗기고 소외당한 경험이 더 컸던 아이들이 탄탄한 나무가 돼 또 다른 누군가가 그들에게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