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속 性 (10) 피임약 콘돔도 광고 속에선?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6-03-08 수정일 2016-03-08 발행일 2016-03-13 제 298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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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피임약’ 근원적 대책 될 순 없어
인공피임 남용은 공격성 유발
하느님과의 관계에도 악영향
TV에 버젓이 등장하는 피임약 광고는 약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준다기보다, ‘스무 살이면…’ 또는 ‘그날에 원하면…’ 등등의 문구를 통해 성관계를 조장하는 흐름을 보여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콘돔 광고들은 노골적인 청소년 타깃 마케팅을 지향, 어떤 연령대든 편의점 등지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임약과 콘돔 광고, 바르게 바라보자

“스무 살, 사랑에 빠지다. 짜릿하고 부드럽게. 그녀는 안다. 내 몸에 부드러운 피임약” “실수는 누구나 한다고? 내 몸이니까, 실수 없이 ○○○○” “임신일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은 잊어라. 미리미리 ○○○○” “그날이 그날이라도 원한다면, 그날을 위한 피임약 ○○○○”….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피임약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콘돔 판매 세계 1위의 다국적 기업도 2013년 국내에 진출하자마자 TV 광고를 내보냈다. 콘돔 광고가 국내 TV를 통해 나간 것은 에이즈(AIDS)를 막는다는 이유로 나간 공익광고가 유일했다. 이 콘돔 브랜드는 묵주반지와 대림초를 등장시킨 광고를 유튜브에 내보내면서 교회의 강력한 항의도 받은 바 있다.

유명 연예인이 모델로 나선 콘돔 광고는 영화 속 명대사를 패러디해 인기몰이를 했다. 연예인이 들고 있는 콘돔 박스에는 “매너가 사람을 안 만든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성관계시 콘돔을 착용하는 매너를 지켜야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임약과 콘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하루 수천에서 수만 명이 오가는 지하철역과 곳곳에 자리한 편의점도 빼놓을 수 없다.

24시간 편의점. 계산대와 가장 가까워 눈에 잘 띄는 곳, 껌과 사탕 등 쉽게 살 수 있는 군것질거리들 옆에 콘돔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 전후로는 초콜릿을 진열한 특별판매코너에 콘돔이 진열되기도 했다.

실제 유통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콘돔을 구매하는 층은 30~40대 남성이 주류를 이뤄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과 여성의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편의점을 통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한 콘돔 브랜드는 독실한 가톨릭신자 기업인의 아들이 출시한 것으로 알려져 교회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2014년 이 브랜드 출시 당시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발언은 더욱 문제가 됐다.

“늘어나는 10대 어린 미혼모들을 보면서 이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은 콘돔과 피임약 사용의 보편화이며, 이에 청소년들도 콘돔을 구입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바른생각 콘돔 재능기부 경제활동을 생각하게 됐다….”

이 젊은 기업가는 콘돔에 대한 편견을 깬다면서 ‘실험카메라’ 영상도 홍보했다. 영상에서는 ‘콘돔 어디서 파는지 아세요’, ‘몇 살부터 콘돔을 구입할 수 있는지 아세요?’, ‘콘돔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거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준다. 콘돔 구입에는 나이제한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유통기한이 있느니 편의점이나 대형마켓 등에서 콘돔을 자주 구입하라는 권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홍보물이다. 그런데 언론들은 이 실험과 질문들에 관해 “공익적 취지에 맞게”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비뚤어진 상업광고 무분별 확산

10년 전 피임약과 피임기구의 방송광고가 허용되자, 당시 한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는 참여자 75%가 ‘방송 허용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성에 대해 개방된 현대사회에서 피임에 대해 감출 것도 없고, 차라리 피임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리자는데 찬성한다는 이유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보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피임약과 콘돔 광고들에 거부감을 표시하거나 성관계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광고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비뚤어진 상업주의는 쉽게는 편의점을 찾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콘돔은 과자나 사탕과 같은 종류라고 인식하도록 호도한다. ‘콘돔=바른생각’이라고 도식으로 콘돔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일상생활용품으로 각인시키려 한다. 게다가 기발하고 재미있는 콘셉트로 광고를 기획, 미디어를 자주 접하는 성인들은 물론 청소년과 어린이들까지 잘못된 인식에 젖어들게 한다.

현재 피임약과 콘돔을 파는 제약회사들은 TV뿐 아니라 각종 동영상채널과 모바일메신저, 블로그, SNS를 통한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메신저 선물하기 등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 방식도 확대했다. 전형적인 청소년 타깃 광고를 펼치는 것이다.

피임약 광고가 말하는 것처럼 이른바 “여중생부터 피임약을 먹이고” “매일 핸드폰 알람소리에 맞춰 피임약을 먹고” “콘돔을 사용하는 매너를 지킨다”고 해서 원치 않는 임신을 100% 막을 수 없다. 피임약과 콘돔이 이 시대에 필요한 성교육을 대신할 수 없고, 미혼모 양산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가톨릭대 의대 맹광호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피임 행위는 건강 문제는 물론 낙태와도 연관돼 있다는 것을 적극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도 “피임약과 콘돔이 임신과 관련한 문제들을 깔끔하게 해결해줄 것 같은 환상을 주지만, 실제 피임마인드와 그 실행은 인간 생명에 대한 공격성을 강화하면서 존재를 불안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공피임을 남용하면 무의식적으로 생명에 대한 공격성이 생겨 양심이 괴롭고, 결과적으로 하느님과 멀어져 하느님과의 관계까지 심하게 어그러뜨린다”고 말한다.

특히 이광호 소장은 “청소년 등을 노리는 업계에서는 치밀하게 연구하고 거액을 아낌없이 광고에 투자한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회도 그 제약회사의 약품 구입 판매를 거절하는 등 사회적 협상력을 발휘하고 신자들의 올바른 소비생활을 독려하며, 교회 차원의 사회책임투자 등도 적극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