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83·끝) 한국에서의 WYD(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한 제안 19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12-22 수정일 2015-12-22 발행일 2015-12-27 제 2975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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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가 참여하는 ‘젊은 교회’, 그 꿈을 향해
한국에서 WYD를 개최하게 된다면 이는 청소년·청년 사목 활성화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 젊음을 꽃피울 수 있는 은총의 기회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WYD라는 기회는 수많은 은총의 열매를 맺게 해 줄 큰 나무를 품은 ‘하느님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루카복음 8장)를 상기해보면 알 수 있듯이, 씨앗이 잘 자라나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 교회는 WYD라는 좋은 씨앗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목자들이 청소년·청년 세대를 구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여러 가지 씨앗을 심고 가꾸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청년 사목이 쑥쑥 자라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듯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씨앗 자체의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다. 심은 씨앗이 풍요롭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차원 즉 씨앗이 심겨진 땅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청년 사목의 토양, 즉 환경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속해 있는 가정과 본당 공동체, 교회 공동체다. 다시 말해 청소년·청년 사목의 활성화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유기적으로 속해 있는 환경, 즉 가정과 본당 안에서 여러 세대가 젊은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교회 복음화 사명에 참여하는 삶을 살아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청소년·청년 사목’이란 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영역의 사목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함께하는 것. 즉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복음화 사명을 살아가는 데 있어 스스로의 젊음을 북돋우면서, 동시에 젊은이들을 그 사명으로 적극 초대하여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교회가 1976년에 첫 번째 청소년 사목 비전을 설정한 이후, 20여 년 간의 사목적 경험 끝에 도출한 핵심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젊은이들을 사목하기 위해서는 교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비전. 이 ‘포괄적(통합적)인 청소년 사목’(comprehensive youth ministry)의 비전이 주교님들로부터 사목 책임자, 본당 공동체에 두루 공유된 후 미국교회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젊은이들의 참여를 통해 그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전(全) 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청소년·청년 사목,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젊은 교회’의 비전! 필자는 미국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대륙의 청소년 사목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리고 청소년·청년 사목을 위해 매진했던 지난 25년 동안의 사목 여정을 돌아보면서, 우리 교회의 청소년·청년 사목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 많은 방법론이나 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비전을 살아가는 것임을 통찰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청년 예수 그리스도의 젊음을 살기 위하여 끊임없이 회심하고 스스로 쇄신해나가는 신자들, 그리고 그 어른들의 삶을 통해 부활 신앙을 전수받는 젊은이들이 나날이 더해가는 공동체. 그런 ‘젊은 교회’를 만들어 나가는 교회 전체의 여정이 곧 청소년·청년 사목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교회가 이러한 ‘젊은 교회 건설’의 비전으로, 전 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청소년·청년 사목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바로 1993년 덴버 WYD였다. WYD를 통해 ‘살아있는 젊은 교회’를 직접 체험한 주교들, 사제·수도자, 성인 그룹이 먼저 그 모습을 계속 만들어나가기로 결심했기에, 교회의 재정 배분에서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사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실질적인 변화들이 더욱 가시화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본 연재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청소년·청년 사목에 직접 관련되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청소년 사목 이론과 실제에 대해 기술하고자 했지만, 우리에게 WYD라는 은총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는 그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판단했다.

이제 지난 2년간의 연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아직 더 나누지 못한 청소년 사목의 이야기들이 아쉽지만, 적어도 WYD와 관련된 필자의 경험을 나누었던 것이 젊은 교회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 한국교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그리고 향후 한국에서 WYD가 실제로 열렸을 때 각 교구와 본당의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의 글을 어머니이신 교회에 봉헌하고자 한다. 짧으나마 이 연재를 통해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신자들과 청소년·청년 사목의 꿈을 나눌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교회의 젊음과 활기를 북돋우는 이 기쁜 여정에 함께하기를 초대한다.

※이번호로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조재연 신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