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81) 한국에서의 WYD(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한 제안 (17) WYD 본대회를 위한 준비 (5)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12-08 수정일 2015-12-08 발행일 2015-12-13 제 297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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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 개최된 AYD(아시아청소년대회)에 참여했던 아시아 각 국의 청소년 사목 책임자들은 AYD 직후 있었던 AYMM(아시아청소년사목자회의)을 통해 한국에서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순교 신앙에 뿌리를 둔 한국교회의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특히 실제로 순교자들이 주님을 찬양하며 걸었다는, 순교지로 가는 길을 AYD 참여자들도 직접 걸을 수 있게 초대한 ‘순례의 길 프로그램’이 한국의 신앙문화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 반면, 축제 시간에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며 교류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점, 케이팝(K-pop)과 같은 한국의 세속적 문화가 일종의 쇼와 같은 형태로 펼쳐졌을 뿐 실제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직접 만나고 체험할 기회가 적었던 점 등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이처럼, 한국에서 WYD를 개최하게 될 경우 본대회 준비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 중 전례 요소, 음악 요소에 이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문화’ 요소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이 개최지인 한국 고유문화의 아름다움 속에서 순교 열정을 바탕으로 꽃핀 한국의 가톨릭 신앙문화에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본대회 기간 동안 이어지는 ‘젊은이 축제’(Youth Festival)에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한국 고유의 문화 혹은 순교 신앙 등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일 수도 있고, 주관 교구 내 성지를 직접 걸어서 돌아보는 순례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국제 행사이자 보편 교회로서의 만남인 WYD 본대회에서는 한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체험될 수 있어야 하며, 그 다채로움 안에서 하나됨을 이루는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문화가 빛날 수 있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젊은이 행사의 경우 각종 환영식이나 야간 축제의 분위기를 화려하게 돋우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초청하는 전략을 활용하게 마련이지만, WYD 본대회의 축제 행사에서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나으리라 본다. 세속 대중문화의 화려함은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쉽고, 거기에 몰입된 사람들에게 가톨릭교회의 문화란 상대적으로 심심하고 초라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YD 본대회에서는 세속의 문화가 아니라 가톨릭 고유의 문화가, 가톨릭교회의 전통이 젊은이들 스스로의 참여를 통해 흥미롭게 나누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젊은이 축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청년 신앙인들의 문화예술 콘텐츠가 선보여지고, 다양한 기도모임, 신앙 운동, 봉사 혹은 선교 활동 등의 정보가 풍요롭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본대회의 미사 전례 및 성체조배, 십자가의 길 등 WYD 참여자 전체가 모이는 자리에서 한국의 가톨릭 문화 요소와 가톨릭교회 전체의 풍요로운 문화유산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 WYD의 방법들을 참조해본다면 ‘십자가의 길’ 각 처를 묵상할 때 한국 청소년·청년들이 직접 작업한 묵상글이나 음악·그림·연극 등을 활용할 수 있고, 미사의 입당 행렬, 봉헌 행렬, 말씀 봉독, 복음 묵상, 보편지향기도 등에 젊은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접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아름다운 성가를 찾아 그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과 함께 보여주면서 고유의 언어로 함께 부르도록 초대할 수도 있고, 전례 안에서 한국교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율동찬양을 함께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미사 중에 아름다운 그레고리안 선율과 라틴 미사곡을 활용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가톨릭 전통의 매력을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