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79) 한국에서의 WYD(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한 제안 ⑮ WYD 본대회를 위한 준비 (3)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11-24 수정일 2015-11-24 발행일 2015-11-29 제 297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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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D 본대회는 전 세계의 수많은 청소년·청년들이 함께 모이는 대규모 행사답게, 다양성과 흥미에 대한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로서 ‘젊은이 축제’(Youth Festival)를 본대회 기간 내내 운영한다. 다양한 전시, 연극·영화, 음악 콘서트, 토론과 기도모임 등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수십여 개의 세션들을 통해 젊은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표현할 수도 있고, 그 다양한 장들 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것에 자유롭게 참여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WYD 본대회 프로그램 구성을 살펴볼 때, 이와 같은 축제ㆍ엔터테인먼트 요소와 더불어 본대회의 핵심 줄기를 이루는 콘텐츠는 역시 교황님과 함께하는 기도와 전례, 그리고 주교님들의 동반으로 진행되는 교리교육, 고해성사, 성소개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WYD는 분명히 젊은이들의 웃음과 에너지가 넘치는 축제의 장이면서, 동시에 교회의 지도자들이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 친교를 맺고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전수함으로써 그들을 키워내고자 하는 양성의 장이라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WYD 본대회의 핵심 콘텐츠 구성 및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주관 교구와 주교회의가 바티칸과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2000년대 이후 WYD의 순례 여정을 떠올려보면, WYD 주제에 따른 성경구절 묵상과 기도를 통한 사전 준비, 수많은 젊은이들이 다함께 침묵하는 시간을 가졌던 십자가의 길 기도와 성체조배 등 묵상·관상을 통해 침잠할 수 있는 가톨릭 고유의 기도와 거룩함에 잠길 수 있게 도와주는 미사 전례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각종 축제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성장세에 있던 1980~1990년대에는 교회 또한 그러한 요소를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이미 범람하고 있는 화려한 축제나 세속적 흥미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사실 21세기는 가톨릭 전통에 담긴 복음적 가치와 거룩한 아름다움을 젊은 세대에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에서 WYD를 개최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가톨릭의 숨겨진 보물과 매력이 빛나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화려하고 현대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이고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기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세속적인 흥미 요소보다는 소박하지만 진솔한 신앙 증언과 교회의 이야기들을 나눔으로써 예수님과의 만남을 북돋울 수 있는 요소들을 마련해야 한다.

WYD의 핵심은 그 시작에서부터 그러했듯이 바로 이 만남, ‘예수 그리스도와의 진정한 만남’(Encountering with Jesus Christ)을 통한 젊은이들의 회심과 양성에 있는 것이다.

사실 WYD 본대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나서서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시며, 그들 곁에 함께 계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강력한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다. 교회의 수많은 성직자들, 그리고 그 중심점인 교황님이 WYD에 현존하면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미사 전례 안에서 일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WYD를 준비하게 된다면 본대회의 초점은 ‘교황님과 젊은이들의 만남’, 즉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님이 중요한 아이콘(icon)이 되어,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기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조재연 신부는 서울 면목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주교회의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