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77) 한국에서의 WYD를 위한 제안 ⑬ WYD 본대회를 위한 준비 (1)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11-03 수정일 2015-11-03 발행일 2015-11-08 제 296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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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구 내 본당 신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과 대화, 우정 어린 관계 맺음을 통해 WYD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따뜻한 신앙 공동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초대하는 ‘교구 대회’(DID: Days In the Diocese). WYD 행사의 시작이기도 한 교구 대회에서 4~5일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각 교구에 흩어져있던 WYD 참여자들은 약 1주일간의 ‘본대회’(Main Program)에 함께하기 위해 주관 교구 지역으로 모두 모이게 된다.

‘교구 대회’가 WYD의 지향과 주제를 따르면서도 각 교구마다의 신앙 문화와 특색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자리라면, ‘본대회’는 가톨릭교회 전체 행사로서의 WYD 특성과 대회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다. 즉, 본대회는 WYD 주최 기구인 교황청 평신도평의회(Pontifical Council for the Laity)가 주제에 따른 콘텐츠(내용)를 구성하고, WYD 주관 교구가 소속 국가 주교회의 지원과 협력 하에 이 콘텐츠를 실행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WYD 본대회 행사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을 때 기억해야 할 것 중 첫 번째는 다소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WYD 본대회가 단순히 ‘대규모 국제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하겠다. WYD와 같은 국제적 규모의 이벤트를 준비·운영하는 데는 행정적 부분에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위해 정부 기관과의 협력 및 기업 후원 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교회 복음화 여정으로서의 WYD의 초점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기업과 정부 기관이 개입하게 되었을 때 교회가 그 중심을 명확히 잡지 않으면, WYD는 교회 행사가 아니라 국가(정부) 행사처럼 여겨질 우려가 있고, 그러다보면 WYD 본대회의 복음적 시선을 전례와 프로그램 안에서 풀어내는 것보다 단지 ‘국제 행사’를 치러내는 데 급급해지기 쉽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대회 행사의 행정적 운영 면에서는 정부와 적극 협력하여 원활함을 확보하고, 교황청과의 긴밀한 소통과 연대를 통해 WYD의 복음적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WYD란 젊은이들을 주인으로 내세움으로써 그들을 교회 복음화의 주역으로 키워내는 장(場)이라는 것, 따라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회와 자리를 마련하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WYD 본대회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험 있는 성인들이 책임자로서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나, 성인 그룹이 지나치게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경우 WYD에 함께 하는 젊은이들은 참여할 기회를 잃은 채 그저 다 차려진 행사의 구경꾼이나 손님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WYD 본대회 준비 및 운영을 담당하는 책임자 그룹은 대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젊은이들의 의견과 역할을 존중하며 그들이 WYD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주체적 참여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줄 아는 어른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서울 면목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