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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를 위한 돈보스코 상담실] 왕따를 경험한 후 너무 힘들어서 다른 친구를 왕따시키고 있습니다. 찝찝한 마음이 들어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입력일 2015-10-27 수정일 2015-10-27 발행일 2015-11-01 제 2967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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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왕따를 경험한 후 너무 힘들어서 다른 친구를 왕따시키고 있습니다. 찝찝한 마음이 들어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왕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 무섭고 힘들어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왕따를 시키기로 마음먹었고 이제 저는 더 이상 왕따가 아닙니다. 하지만 왕따가 되기 싫어 친구들과 함께 왕따를 시키는 반대 입장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찝찝하고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아닌 듯합니다. 왜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것이 힘들까요?(중3, 베드로)

A. 따돌림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하고, 지금 당장 멈추세요.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도시로 처음 나왔습니다. 중학교 단짝친구도 함께였는데, 처음 해보는 도시생활이 어리둥절하고 문화적 차이도 컸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탔는데 몇몇 친구들이 저를 보고 수군거렸습니다. 시골 친구가 들려준 저의 중학생 시절이 도시 친구들에게 스캔들이 되었던 거지요. 일부는 사실이었지만, 대부분은 부풀려지고, 지어낸 것들도 있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서 울면서 집까지 갔고, 한 달 정도 힘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학교도 가기 싫었지요.

약 30년 전, 그때 사건은 지금의 왕따 문제와 감히 비교할 순 없지만, 그때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이 ‘왜 다같이 친구가 될 수 없을까?’였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깨달은 건 모두가 함께 똑같은 수준의 우정을 나누면서 친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모두의 기질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마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평화도 무조건 다 친해야 된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답은 있습니다. 존중이지요.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것!

얼마 전에 고등학생 형, 누나들과 함께 읽은 책이 있습니다. 「코레아 우라」(박삼중/소담출판사) 동양의 평화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책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사살하고 일본에서 재판을 받을 때 일본인 검사가 “당신이 생각하는 평화는 무엇이오?”라는 질문을 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대답합니다. “내가 당신을 때리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나를 때리지 말라는 것이오. 힘의 논리로 힘센 나라가 자신들보다 약한 나라를 침략하여 빼앗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일본 역시 다른 힘 있는 나라에게 한국과 같은 비극을 겪게 될 것이오. 개인이든 국가이든 자신들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나라에도 하지 않으면 되오. 내가 생각하는 평화란 그뿐이오”라고 대답합니다.

평화,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는 건 간단하답니다. 내가 당신을 때리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나를 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알고 있는 그 왕따의 힘듦을 친구들에게 지우지 않는 거지요. 마음의 힘이 생기면 두려움은 사라진답니다. 굳이 다른 친구를 왕따 시키지 않아도 베드로가 왕따 당하지는 않을 거예요.

베드로가 친구를 왕따 시키며, 뭔가 찝찝하고 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 베드로의 마음에 말씀하시는 거지요. 하느님께서는 벌써 베드로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말씀하고 계신답니다. 용기를 내세요.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