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72) 한국에서의 WYD(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한 제안 ⑧ 교구 대회(DID)를 위한 준비(3)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09-22 수정일 2015-09-22 발행일 2015-09-27 제 296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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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WYD를 개최하게 된다면 ‘교구 대회’(DID: Days in the Dioceses)를 통해 전국의 신자들이 다양한 국적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한국교회 각 교구마다 아름답게 발전시켜 온 신앙 전통을 그들과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면서 필자를 비롯한 당시 한국 청년들에게 소중한 하느님 체험이 되었던 지난 WYD에서의 교구 대회들은 어땠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십 수 년이 넘게 지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는 기억처럼 한국에서의 교구 대회 또한 그것을 체험하게 될 젊은이들에게 그만큼 의미 있게 간직되기를 바라며, 그런 자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되새겨보는 것이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 WYD 때의 교구 대회는 매일 저녁 이어졌던 떼제기도 모임도 인상적이었지만, 교구 내 삶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익스포저(exposure, 현장 체험)의 일환으로 마닐라 근교의 ‘쓰레기 산’으로 불리는 지역에 찾아가 그 곳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 또한 중요하게 떠오르는 기억이다. 이처럼 교구 내 각 본당들이야말로 지역 사회 삶의 현장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교구 대회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은 본당의 신자들과 교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 내의 다양한 삶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그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짧게나마 그들을 위한 봉사 기회에 참여하는 것은 젊은 신앙인들에게 무척 의미 있는 체험이 될 수 있다. 교회 안에서의 기도나 행사에만 머무르지 말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복음의 기쁨’ 20~24항 참조)가 되기를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를 실천할 수 있는 장(場)들 중 하나가 WYD에서의 교구 대회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97년 프랑스 파리 WYD의 교구 대회 때에는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의 한 줄기인 슈맹나프(Chemin Neuf) 소속의 한 공동체와 함께 지냈는데, 마치 예전 한국의 소규모 본당 공동체에서 지내는 것처럼 가족적인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 위치한 베네딕토 수도회 성당에서 매일 저녁 함께 바치던 기도. 슈맹나프 공동체와 연결된 젊은이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과 노인들까지 한데 어울려 손을 맞잡고 신나게 공동체춤을 추던 기억. 각 나라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성가와 춤 등을 서로 선보이면서 자연스레 이뤄졌던 전통과 문화의 나눔. 그 기억들 사이마다 스며있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와 슈맹나프 공동체 가족들의 미소를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다음 대회였던 2000년 대희년 로마 WYD 때의 교구 대회 또한, 전혀 만난 적 없던 사람들이 가톨릭 신앙 안에서 한 가족으로 어우러질 수 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젊은이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서울대교구 WYD 참여자들은 밀라노 옆의 작은 교구 파비아(Pavia)에 묵게 되었는데, 첫째날 환영식 때부터 온 교구가 참여자들을 마음 가득 환영하고 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교구장 주교님은 교구 대회에 함께 머물게 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남미의 한 그룹 그룹마다 직접 호명하여 소개하면서 환대해주었다. 말씀의 전례 직후 WYD 참여자들과 환영식에 참석한 신자들이 함께 평화의 인사를 나누게 했던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후 교구 대회 기간 동안 주교좌 성당에서 말씀의 전례가 계속 이어졌고, 마지막 날에는 교구 내 광장에 다함께 모여 마침 전례를 바쳤는데, 이 때 교구 측에서는 WYD 참여자들이 각 나라의 고유한 언어와 노래, 춤 등을 전례 안에서 나눌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열어주었다.

로마 가톨릭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딕 양식의 성당에서, 그리고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밤하늘 아래에서, 전통적인 전례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기도와 성가. 그야말로 가톨릭 전례의 아름다운 조화 안에서 ‘다양성을 통한 일치’가 드러나는 신비를 체험케 해 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서울 면목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