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부모와 아이를 위한 돈보스코 상담실] Q. 학교를 그만두고 싶습니다. 노력해도 공부가 잘 안되고, 재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입력일 2015-08-26 수정일 2015-08-26 발행일 2015-08-30 제 295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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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교를 그만두고 싶습니다. 노력해도 공부가 잘 안되고, 재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싶습니다. 공부를 해도 안 되는 것 같고, 재미도 없습니다. 영어도 열심히 해보려고 학원도 다녀봤는데 친구보다 못하고, 영어학습기도 사봤는데 쉽게 된다던 암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포기상태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정말 머리가 나쁜 것 같습니다.(중3 바오로)

A. 친구들과 비교하지 말고, 꾸준히 기도하면서 그동안 노력했던 만큼만 다시 공부해 보세요.

열심히 했지만 현실에서 느낄 바오로의 실망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지만, 그 친구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던 것이고, 요즘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대부분 공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이 아프네요.

바오로에게 먼저 말해두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교육학박사 다이안 히콕스에 따르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는 뇌의 활동이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모두 비슷비슷한 조건에서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성적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지능지수가 높다고 해서 성적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러니 머리가 나쁜 것 같다고 미리 말하지 마세요.

열심히 노력했던 바오로 자신을 칭찬해주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친구들과 비교하지 말고 바오로의 발걸음으로 공부를 향해 한걸음씩 걸어가세요. 학원의 우수한 친구들과 영어학습기로 큰 효과를 거둔 사람들은 그들만의 보폭입니다. 그 보폭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답니다.

언젠가, 국제구호활동가인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내게 아주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는데, 저자가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우후루봉을 오를 때 이야기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한비야도 “빨리, 빨리”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가이드가 자꾸 “천천히, 천천히”하는 말에 맞추어 걷는 것이 참 답답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옆에 걷던 이들이 저만치 앞서가고 뒤에 걷던 이들이 앞서 나갈 때는 더더욱요. 그런데 며칠 더 걷다가 가이드의 ‘천천히’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한비야는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를 앞질러 가던 많은 사람이 고산증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기 시작했다. 5895미터 우후루봉 정상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사람들보다 놀랍게도 할머니나 장애인 등 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5895미터 정상에 건장한 근육질의 사람들보다 할머니나 장애인 등 약해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하느님 나라도 그렇습니다. 가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떤 삶을 원하실까?’ 고민해보곤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원하십니다. 인생은 먼 길이랍니다. 먼 길은 내 속도로 천천히 가야하는 것이지요.

힘들다고요? 우리 하느님을 믿고 쉽게 생각해봐요. 하느님을 믿는 사람답게 세상의 논리에 매진해 선두에 서지 못하면 좌절하는 그런 삶이 아니라 하느님이 내게 주신 그 모습대로 충실히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내 모습을 묻지 않으면 세상이 바라는 경쟁의 모습으로, 사회가 부추기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바오로를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고 노력하는 바오로 모습은 하느님 보시기에 충분히 사랑스러울 거라 믿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