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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를 위한 돈보스코 상담실] 최근 중3 딸과 귀가 시간 문제로 크게 싸웠습니다. 딸이 다른 친구들은 12시 넘어서 들어가도 혼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데, 12시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요?

김인숙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입력일 2015-06-23 수정일 2015-06-23 발행일 2015-06-28 제 295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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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중3 딸과 귀가 시간 문제로 크게 싸웠습니다. 딸이 다른 친구들은 12시 넘어서 들어가도 혼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데, 12시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요?

저희 딸은 중3인데 최근 종종 귀가 시간이 늦어 귀가시간을 오후 9시로 정했는데, 얼마 전에 이 시간을 어겨 크게 싸웠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아서 더 걱정되는데, 딸아이는 친구들은 12시 넘어들어가도 혼나지 않는다며, 우리 집만 스트레스를 준다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12시는 너무 늦지 않을까요?

A. 귀가시간을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아직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인격적으로 대하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부분까지 함께 논의해보세요.

“왜 아이들은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안 하고 그냥 올까요?” 네, 아이들은 어른처럼 사고를 못 합니다. 아이들은 성장과정에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청소년의 특성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착각합니다. “너는 왜 10시에 들어와서 그 설명을 하니? 사람이 그러면 돼? 그전에 전화해야지.” 하지만 아이들은 그 생각을 미처 못합니다. “우리 큰 아이는 그러지 않았어요.” 네, 어떤 아이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우리 자녀가 어떤 아이인가를 관찰해야 합니다. “우리 애는 준비물을 미리 해 놓고 자요. 9시 넘어 올 것 같으면 미리 연락을 해요.” 어떤 아이는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아침에 학교 갈 때 준비물을 챙겨요.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요. 그래서 나를 걱정하게 만들어요.” 그러면 그 아이에게 맞게 지도를 해야 합니다. 엄마는 이미 그 아이의 특성을 아니까요.

약속도 안 지키고, 늦게 온다. 이런 성향의 아이라면 항상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지도를 해야 합니다. 또 예견되는 상황들을 상상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귀가 시간이 9시인데 늦을 것 같다. 그럴 때는? 바로 전화를 해라. 아이가 전화를 하면? 고맙다. 잘했다. 다음에는 조금 일찍 해줘, 몇 시까지 올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네가 어디에 있는데? 집에 까지 오는데 몇 분 걸려? 아,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게. 그 시간이 늦으면 또 연락해. 왜? 걱정 되니까. 엄마는 잠 안 자고 널 기다리고 있어. 이런 정보를 자녀와 세세하게 공유합니다. 이렇게 해서 스스로 몸에 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입니다. 만약 불건전한 장소에 있으면 절대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안전하게 있다는 것을 부모가 알 수 있도록 그렇게 지도해야 합니다. 이게 중요한 것이지요.

돈보스코는 우리 어른들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마찬가지로 아이를 걱정하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부모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자녀가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짜증을 내거나 야단을 치면 그다음에 아이는 전화를 안 합니다.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차라리 욕먹는 게 낫지’ 합니다. 결국 집에 못 들어갑니다. 여기서 가출이 시작됩니다. 지금 들어가면 더 혼나, 맞아 죽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되니까 엄마, 아빠가 자녀 친구들을 통해서 ‘무조건 들어와라’, ‘다 용서해 줄게’라고 합니다. 결국 큰일을 저지르도록 어른들이 유도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귀가 시간이 늦었다고 아이랑 계속 싸우게 되면 나중에는 귀가 시간과 관계없이 “엄마(아빠)가 밉다”, “나는 집에 가기가 싫어요”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귀가시간을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혹시 그 시간에 못 올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자녀와 함께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청소년들은 어른, 부모들이 자기를 인격적으로 대해 주고, 같이 상의하고 조정하는 걸 원한다는 것입니다. 또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청소년은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왜 우리 아이가 저 모양이죠? 아직 다 안 컸으니까요. 발달과정에 있으니까요. 이 사실을 잊어버리면 어른이 다섯 살 먹은 아이랑도 빗자루 들고 싸우게 됩니다.

김인숙 수녀(살레시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