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24) 본래의 참된 인간 모습

유시찬 신부(예수회)
입력일 2015-06-09 수정일 2015-06-09 발행일 2015-06-14 제 294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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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신수련의 넷째 주간인 부활 주간에 들어왔습니다. 부활 관상을 통해 특별히 많은 은총을 받는 체험들을 보면 부활 신앙이야말로 우리 믿음의 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발현하신 모습들을 통해 인간 본래의 참된 모습을 드러내 보이시면서 최고의 진리에로 우리를 이끌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부활 관상을 할 때도 수난 관상할 때와 마찬가지 당부를 하게 됩니다. 수난 때는 곡소리부터 내지 말라고 했지만, 부활 관상할 때는 알렐루야부터 부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부활이다 보니 무턱대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콧노래라도 흥얼거려야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오히려 부활 관상 기도를 그르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난 때와 마찬가지로 부활 때도 오직 성령께서 보여 주시며 가르쳐 주시고 이끄시는 대로 따라갈 일입니다. 하여 내 스스로가 부활하신 주님을 뵙는 체험을 해야 내 영혼이 기쁨에 겨울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발현하신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해가 잘 안 가고 의아한 부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못 알아본다는 점입니다.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발현하셨을 때도 그렇고,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도 그렇고, 심지어 마리아 막달레나마저 주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 대한 호칭도 벗에서 형제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또 승천하시기 전까지 왜 그토록 여러 번 제자들에게 발현하시는지도 잘 모를 지경입니다.

이런 일련의 의문들과 더불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현존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참된 차원 내지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고 계심을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람이라고 일컫는 존재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다름을 알게 됩니다. 이를 그저 단순히,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니까 그리고 주님이시니까 그렇지 하고 넘어가 버릴 수만은 없겠습니다.

우리가 죽고 나서 어떤 모습을 취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뵈며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습니다. 우리의 온갖 불순물과 허위들을 벗어내고 나서 주님과 하나 되면 그땐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과 닮은 모습을 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사랑의 열기로 데워져 우리의 영혼 또한 사랑으로 더욱더 차게 될 것이며, 주님으로부터 오는 진리의 빛을 받아 우리의 모습 또한 주님처럼 빛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이신 주님을 알아뵙고 좇아가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며, 창조주이신 주님의 진리를 그르치는 오류에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이들을 한 형제로 사랑하는데 착오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생각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도 틈이 벌어지지 않고 일치를 이룰 것입니다. 나아가 물질인 육신의 몸을 벗고 영의 몸을 입게 되어 경계를 넘나드는 가운데 더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 부활의 모습 내지 생명을 이뤄내는 것이 우리 지상 삶의 목표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인간을 애초부터 어떤 모습으로 만드시고 부르셨는지 깊게 알아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그저 한 세상 살다 속절없이 죽어 없어지기 위해 생명이 주어진 게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생명을 우리 생명과 하나가 되도록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주님과 우리가 한 존재라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마음을 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과 함께 우리도 진리만을 바라보고 추구하며, 주님과 함께 우리도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지 않겠습니까.

지상에서의 이 삶이 인간 존재와 인생의 전부라는 어리석음에 빠져선 안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하는 영원한 생명의 산을 바라보지 않으면 멸망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유시찬 신부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유시찬 신부(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