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사목 현장을 가다] 육군사관학교 가톨릭생도회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5-04 수정일 2015-05-04 발행일 2015-05-10 제 2943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신자 생도 자발적 모임으로 출발
‘생도 미사’ 복음화 활동 구심점
성서모임 구성, 말씀 익히기 앞장
4월 22일 수요일 저녁미사 후 본당 주임 김창중 신부가 2중대 생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군종교구 화랑대본당 제공
매주 수요일 오후 7시가 가까워지면 군종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대본당(주임 김창중 신부)은 패기 넘치는 사관생도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수요일 미사에 참례하는 생도들은 ‘육사 가톨릭생도회’(대표생도 노승재) 구성원들이다.

육사 가톨릭생도회는 가톨릭 신앙을 가진 생도들의 자치적이고 자연 발생적인 모임으로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화랑대본당이 설립된 1954년에 가톨릭생도회도 동시에 출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톨릭생도회라는 단체명을 사용하지만 가입 절차나 회칙이 따로 있지 않고 미사 외 정기적인 모임이나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부활, 성탄 대축일이나 생도 졸업미사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 필요에 따라 생도들이 모임을 여는 경우는 있다.

가톨릭생도회 간부진은 4학년 생도가 전체 대표로 봉사하고 학년별 대표를 둔다. 육사 생도 편제에 따라 1~8중대 각 중대 대표는 4학년 생도 중에 자율적으로 선출한다. 중대 대표 생도는 민간 본당의 구역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육사 전체 생도 900여 명 중 150~180명의 가톨릭생도회 생도들이 꾸준히 미사에 참례한다. 미사 참례자 중에는 예비신자 생도와 가톨릭에 호감을 갖고 성당을 찾는 비신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

화랑대본당 수요일 저녁 미사(생도 미사)에는 육사에서 근무하는 직업군인들도 참례하지만 기본적으로 가톨릭생도회 소속 생도들을 위한 미사다. 미사 준비도 생도들이 도맡는다. 보통 2학년 생도가 복사, 3학년 생도가 해설을 맡고 생도 30여 명으로 구성된 성가대도 미사에서 중요 역할을 한다. 미사 전례에 참여하는 생도들은 다른 생도들보다 15~20분 미리 성당에 도착해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를 준비한다. 가톨릭생도회 생도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청년성서모임’을 구성해 봉사자까지 알아서 섭외해 오는 등 말씀을 향한 남다른 열의도 드러내고 있다.

생도들에게 수요일 저녁 미사는 신앙생활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생도 생활 전반에서도 한 주일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사관생도는 대학생이자 군인이라는 이중직함을 지닌다. 평상시 오전 6시~오후 10시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빡빡한 생도 생활로 몸도 마음도 지치기 십상이다. 가톨릭생도회 소속으로 돌아가 수요일마다 드리는 미사는 생도들에게 기도의 시간을 넘어 삶의 위로이고 선후배 생도들 간의 친교와 화합의 한마당이다.

수요일마다 분주해지는 이들이 또 있다. 바로 화랑대본당 성모회 회원들로 생도 미사가 끝나면 성당 지하에서 음식 나눔을 준비한다. 남편이 군인인 성모회 회원들은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생도들을 본당 교우라기보다 친동생이나 조카처럼 생각한다.

김창중 신부는 “가톨릭생도회는 생도 자치회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고 생도분과장을 평신도가 맡게 함으로써 자율적 운영을 권장하고 있다”며 “생도들이 임관 후 지휘관으로 일선에 나가서도 생도 시절 신앙생활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어 “60세가 넘은 육사 32기 출신 가톨릭신자들과 최근 국군중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는데 가톨릭생도회에서 신앙생활 했던 분들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임관한 가톨릭생도회 선배 기수들이 후배 생도들에게 ‘빨랑카’를 보내오는 것도 가톨릭생도회의 전통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