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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가톨릭브랜드’ 탄생시킨 김성제 박사

이주연 편집팀장 ,사진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4-11-04 수정일 2014-11-04 발행일 2014-11-09 제 291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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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브랜드 본질은 ‘그리스도 사랑 실천’”
종교-인간 서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종교브랜드’ 개념화
‘미래 최적의 선교 전략’ 개념으로 활용될 가능성 충분
“자부심 갖고 말·행동으로 가톨릭브랜드 가치 드러내길”
김성제 박사는 ‘그리스도 사랑 실천’이라는 가톨릭브랜드 서비스 본질을 강조하며,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표’를 나타내는 ‘브랜드’(brand)는 ‘특정 메이커의 상품이라는 것을 명시하기 위한 명칭이나 표지’를 뜻한다. 상품이나 서비스 책임자나 구매자에게 그 품질이나 기능을 보증하는 것이 본래 기능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차별화 전략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 브랜드학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성제(베드로·67·옴니브랜드 대표·서울 포이동본당) 박사는 올해 초 「종교브랜드 시대 - 왜 가톨릭은 세계 최강 브랜드가 됐나」를 발간하며 ‘종교브랜드’(religion brand)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통상적으로 종교는 ‘신성한 것’이라는, 세속적으로 취급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면에서 국내외적으로 전무후무한 전향적 시도다. 이후 ‘종교 브랜드’는 ‘타 종교와의 대화’ 또 ‘시대적 상황을 따른 효과적 선교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교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성제 박사는 “최적의 선교 전략이 종교브랜드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약 62억 명이 종교를 갖고 있는 상황 안에서 가톨릭을 비롯한 수많은 종교들이 선교 경쟁을 하고 있는 현대의 종교 환경임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가톨릭브랜드

“책 출간 이후 각종 강연이나 관련 글 청탁 등으로 교회 내의 긍정적 반응을 읽고 있고, 그런 면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 박사는 ‘가톨릭브랜드’를 ‘미래의 선교 개념’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정보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최첨단 정보통신시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시대적 욕구와 필요성에 맞는 가톨릭브랜드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전달한다면 정보통신시대의 세대들에게 효과적으로 가톨릭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고 더욱 글로벌한 종교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박사는 평생을 ‘브랜드 경영 전략’ 연구자로 살아왔다. 그래서 “브랜드는 곧 정체성이다. 정체성이 뚜렷해야 좋은 브랜드가 된다. 좋은 브랜드는 기업과 국가에 부를 가져다준다. 브랜드 경영이란 좋은 브랜드를 창출하는 도구다”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종교브랜드’는 이 믿음을 종교와 접목시켜 개념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작업이다.

‘그 어떤 것이라도, 브랜드로서 일관성 있는 좋은 정체성을 가질 때 좋은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종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단다.

‘종교브랜드’에 대한 김 박사의 생각은 8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이스라엘로 향한 성지순례 길에서 김 박사는 새삼 종교의 위대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는 “종교 영역을 브랜드화 함으로써 종교가 인간에게, 인간이 종교에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영감으로 발전했다.

이후 김 박사는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를 파고들면서 종교브랜드 연구에 착수, ‘종교브랜드’를 개념화 했다.

‘브랜드는 내 인생’

“브랜드는 내 인생”이라고 말하는 김성제 박사. 그가 ‘브랜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 스포츠용품 ‘프로스펙스’의 뉴욕상사 법인장을 지내던 시절, 미국시장 내 브랜드 강화를 위한 컨설팅을 받으면서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운영의 감을 익혔던 그는 페워리 디킨슨 대학(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에 진학, 학문적으로 ‘브랜드’에 접근했다. 브랜드 마케팅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서는 경희대에서 ‘기업의 고유 브랜드 전략에 관한 연구’로 브랜드 경영과 관련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브랜드 경영을 주제로 한 국내 첫 박사 학위였다. 이후 그는 각 대학에서 브랜드 경영 전략 강의를 통해 ‘브랜드 전략’을 하나의 학문으로 탄생시켰고 ‘브랜드 경영학’의 이론적 체계를 세워왔다.

세계 최대 브랜드 경영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초대 한국 법인장으로도 활약한 김 박사는 국내 최초로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평가를 시도하는 등 브랜드 경영 현장에서 역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현대자동차 ‘에쿠스’(Equus), 르노삼성자동차 ‘에스엠’(SM)은 그가 직접 개발한 대표적 브랜드다. 2001년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브랜드 이론을 학문으로 발전시키고 브랜드 개발과 전략을 통해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였다.

이처럼 실무적으로, 학문적으로 ‘브랜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온 그가 종교를 브랜드 시각으로 보려한 ‘종교브랜드’는 ‘브랜드 전문인으로서의 정점을 찍는 노력’이라는 평가다.

가톨릭브랜드의 세계화

김 박사는 저서 「종교브랜드 시대」를 통해 가톨릭, 유다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프로테스탄트 등 종교브랜드 가치를 비교 평가한 ‘글로벌 종교브랜드 가치평가’ 결과를 발표, 눈길을 모았다.

이 작업을 통해 김 박사는 가톨릭이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종교 브랜드임을 밝히고, ‘세계 최강의 종교’임을 검증했다.

‘단일성’, ‘거룩함’, ‘보편성’, ‘사도적 계승’의 특징을 가톨릭브랜드가 세계 최강 종교브랜드로 포지셔닝 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했던 김 박사는 가톨릭브랜드의 특징을 ‘무형의 서비스 브랜드’로 제시했다.

“가톨릭교회가 신자나 비신자들에게 가톨릭브랜드를 선교한다는 것은 그 서비스를 강화시키고 그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가톨릭브랜드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 봅니다.”

가톨릭브랜드 서비스의 품격과 품질을 결정짓는 요인들로 김 박사가 거론한 것은 ‘성직자·수도자의 생각과 말과 행동’, ‘사제의 강론’, ‘개별 신자 상담’, ‘주일학교’, ‘노인학교’ 등이다.

김 박사는 아울러 가톨릭브랜드의 세계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브랜드란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전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브랜드를 동일한 가치와 동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세계시장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브랜드다. 미국의 코카콜라, 맥도날드, 나이키, IBM 등이 속한다.

“세계 100대 브랜드 모두가 글로벌 브랜드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브랜드의 세계화는 곧 브랜드 성공의 기준이 됩니다. 종교브랜드의 미래 역시, 많은 인류들에게 보편적 가치 또는 공통의 가치를 제공, 많은 인류가 신앙적 만족을 갖게 하는 종교의 세계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김 박사는 가톨릭브랜드의 세계화를 전망하면서 두 가지 측면을 꼽았다. ‘인간 존엄성’, ‘인권 사상’ 같은 가톨릭 가치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 사제들의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종교브랜드 연구의 꿈

가톨릭 신앙인들이 가톨릭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김 박사는 “신자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가톨릭브랜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가톨릭은 ‘catholic’(보편적, 세계적)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주님의 뜻이 잘 표현된 종교브랜드 이름입니다. 전 세계에 주님의 사랑, 즉 가톨릭의 고유 가치를 전하는 종교브랜드로서의 의미를 우리의 말, 행동, 생각으로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는 코린토1서 13장 8절 말씀을 신앙적 좌우명으로 밝힌 김 박사. “‘가톨릭브랜드 연구’로 인도해주신 하느님 은혜가 더욱 감사한 요즘”이라는 그는 금년 말, 현재 몸담고 있는 브랜드 경영전략 컨설팅 사업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그리고 남은 여생은 “종교브랜드 연구 또는 가톨릭브랜드 연구에만 전념하면서 ‘가톨릭브랜드연구소’(가칭) 등을 설립, 가톨릭을 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 마케팅 차원의 선교 또는 복음화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선교적 측면에서 관련 교회기관들의 관심 협조가 함께 필요할 것 같다”고 희망사항도 밝혔다.

김성제 박사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페워리 디킨슨 대학교(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를, 경희대학교에서 ‘기업의 고유 브랜드 전략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연세대, 서울대 등에서 브랜드 경영 전략 강의를 통해 브랜드 경영학의 이론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1999년 (주)옴니브랜드를 창업,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2001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브랜드경영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이다. 2001년 브랜드 전략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주연 편집팀장 ,사진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