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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입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08-05 수정일 2014-08-05 발행일 2014-08-10 제 290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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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를 바쳐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삶
그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솔뫼성지 입구 출입문 앞에서 박원희 기자
“순교자들은… 우리의 공경과 현양을 굳이 필요로 하는 분들은 아닙니다. 우리가 순교자들을 복자 위에 올리고 교회의 공적인 공경과 현양을 확대하는 것은 그분들보다 우리 자신과 우리 후손들을 위한 일입니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교황 방한 담화문 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직접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거행하심으로써, 한국 천주교회는 103위 성인에 이어 다시 124위의 복자가 탄생하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처음으로 한국 순교성인들을 맞았을 때, 그리고 또 다시 한국 천주교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을 앞두고, 우리는 가슴 뿌듯한 ‘승리의 빛난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순교자의 후손들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시복의 기쁨과 함께, ‘가난한 이들의 벗’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특전도 함께 누립니다. 교황께서는 당신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순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온 생애를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제자의 꿈은 “적들을 만드는데 있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이 받아들여지고 해방과 쇄신을 가져다주는 그 말씀의 힘이 드러나는 데에 있다”고 교황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특별히 아시아의 순교자들을 현양하며, “그들의 모범은 ‘영적인 풍요로움과 복음화를 위한 탁월한 수단’의 원천”이며 “아시아 교회의 스승들이고 수호자들이며 영광”이라고 부르셨습니다.

두 분 교황께서 언급하신 바로 그 제자이며 순교자들이 바로 우리의 선조이며 곧 시복될 124위 순교 선조들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거룩한 삶과 죽음의 모범을 보여주신 순교자들을 신앙의 선조로 모신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축복 받은 교회이고 민족입니다. 우리는 거룩한 순교자들의 축복받은 후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참으로 그 보람과 긍지에 걸맞게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복음적 가치를 살기 위하여 때로는 그 시대의 문화와 관습과 전통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기에” 옛날 순교자들이 겪었던 그러한 시련과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까? 예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셨던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가난한 교회로 살아가기 위해서 세상으로 뛰어들기나 했습니까? 예수님의 얼굴을 보면서 기쁘기나 했습니까?

시복식을 거행하고 아시아의 청년들을 만나며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오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당신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서 우리를 ‘순교적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세상의 가치를 거슬러 복음적 가치를 선포하고 증거하는 삶으로의 초대는 특별히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 모두에게 전해집니다.

이제 거기에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들이기 때문입니다. 죽음 조차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