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례를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전례] (25) 애가(Lamentationes)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교수)
입력일 2014-04-01 수정일 2014-04-01 발행일 2014-04-06 제 288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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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성전 파괴의 슬픔 표현
587년 바빌론 점령 후 유배시절 배경
고향 남은 이들, 참회 전례하며 불러
‘예레미야 애가’ 별칭 … 총 5개로 구성
애가(哀歌)는 구약성경의 성문서로서, 예루살렘의 파괴와 남유다의 멸망을 슬퍼하는 노래이다. 기원전 587년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는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주님의 집과 왕궁과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태웠고, 예루살렘 성벽을 돌아가며 허물고, 도성에 남아 있던 백성들을 바빌론으로 끌고 갔다”(2열왕25,1-21). 고향에 남은 이들은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 참회와 탄원의 전례를 거행하였다. 기원전 538년 유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던 이런 전례에서 불린 노래 중에 애가가 대표적이다.

칠십인역 성서의 전통으로 따라 유다인들은 애가의 저자를 예레미아 예언자의 작품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예레미아의 애가’라고도 한다.

총 5개의 노래로 구성되었기에, 애가를 ‘Lamentationes’라는 복수 형태로 표기한다. 다섯 번째 노래를 제외한 네 개의 노래는 히브리어의 22개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이어지는 ‘알파벳 노래’(ALEPH, BETH, GHIMEL, DALETH…)이다.

애가(Lamentationes), 성 목요일 제1 밤기도 제1 독서의 그레고리오 성가.

■ Tenebrae

아직 어둠이 짙은 수도원 성당 제대 위에 15개의 촛불이 좌우 대칭으로 밝혀진다. 기척도 없이 어느새 모인 수도승들은 첫 번째 밤기도를 시작한다.

첫 번째 시편이 끝나면, 촛불 하나를 끄고, 두 번째 시편이 끝나면, 촛불을 또 하나 끄고… 이렇게 세 개의 시편을 노래하고 나면 세 개의 촛불이 꺼져 있다. 이어서 세 개의 독서를 낭송하고 각 독서마다 응송을 노래한다. 첫 번째 밤기도가 끝났다.

두 번째 밤기도, 세 번째 밤기도 역시 같은 형식으로 세 개의 시편, 세 개의 독서와 응송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각 시편이 바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꺼나간다.

세 개의 밤기도가 끝나면, 이어서 아침기도가 시작된다. 다섯 개의 시편이 노래되고 촛불 역시 이에 상응하여 하나씩 사라진다. 이렇게 모든 기도가 끝나고 나면, 성당 안 제대 위 가운데에는 촛불 하나만 남게 되고, 성당 밖에서는 세상의 어둠을 이기고 떠오른 태양이 수도원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Lumen)으로 오신다.

성 목요일, 성 금요일, 그리고 성 토요일 새벽, 어둠 속에서 바치는 이 기도를 ‘Tenebrae’ 라고 한다. 세 개의 밤기도와 한 개의 아침기도를 이어 바치는데, 각 밤기도는 세 개의 시편, 세 개의 독서와 응송, 아침기도는 다섯 개의 시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삼 일간의 Tenebrae에서 각각 첫 번째 밤기도의 세 개의 독서로서 애가(Lamentationes)를 읽는다.

성 목요일 : 애가 1,1-5 1,6-9 1,10-14

성 금요일 : 애가 2,8-11 2,12-15 3,1-9

성 토요일 : 애가 3.22-30 4,1-6 5,1-11

렘브란트, 예루살렘의 멸망을 탄식하는 예레미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성 목요일 첫 번째 독서는 “Incipit Lamentatio Jeremiae Prophetae”(예레미아 예언자의 애가 시작)라고 시작하고, 성 금요일 첫 번째 독서는 “De Lamentatione Jeremiae Prophetae”(예레미사 예언자의 애가에서)로 시작한다. 그런데 성 토요일 첫 번째 독서는 성 금요일과 같이 “De Lamentatione Jeremiae Prophetae”로 시작하나, 애가 5장(애원의 기도)을 읽는 세 번째 독서는 “Incipit Oratio Jeremiae Prophetae”(예레미아 예언자의 기도 시작)으로써 시작한다.

또한 9개 각 독서의 마지막은 “Jerusalem, Jerusalem, convertere ad Dominum Deum tuum”(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의 주 하느님께 돌아오너라)라고 마무리한다.

‘Tenebrae’라는 가톨릭의 전통적인 전례 속에서 애가는 그레고리오 성가로써 낭송된다. 또한 교회음악으로서는 빅토리아(T.L de Victoria), 팔레스트리나(G.P. da Palestria), 라소(O. di Lasso), 탈리스(T. Tallis), 쩨렌카(J.D.Zelenka)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최호영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디플롬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 그레고리오 성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