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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유아부와 함께하는 가톨릭태교 이야기] (9) 배냇저고리 만들기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3-10-15 수정일 2013-10-15 발행일 2013-10-20 제 286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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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중의 아기 생각하며 한땀 한땀
배냇저고리. 날 때부터, 엄마 배 속에서부터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배내’에 우리 옷인 ‘저고리’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아직 태중에 있지만 이미 세상에 태어난 한 생명인 아기를 위해 주는 선물이다. 태중의 아기를 위한 첫 선물로 배냇저고리를 직접 손으로 만들기로 했다.

바느질은 엄마의 섬세한 손동작으로 아기 두뇌발달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임신 초기의 입덧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어 인기 있는 태교 중 하나다. 게다가 따뜻한 양수가 아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하게 아기의 체온을 지켜줄 배냇저고리를 직접 만들면서 비록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태중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를 기억하고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는 태교이기도 하다.

천을 사고 본을 떠서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 걱정했지만 최근에는 바로 바느질만 하면 완성할 수 있도록 배냇저고리 준비물이 잘 나와 있어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배냇저고리를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엄마에게도 아기에게도 좋지 않다. 정성이 들어간 세상에서 하나뿐인 배냇저고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자.

아내의 손에서 정성스레 완성돼가는 배냇저고리를 보니 지금 이곳에 아기가 함께 있다는 실감이 난다. 동시에 ‘사람이 이렇게 작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복음서에서도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라는 구절에서 이렇게 작았던 예수님을 묘사한다. 예수님 역시 이렇게 작은 사람의 몸으로 세상에 오셨다. 누구나 다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또 누구나 다 하느님 앞에서는 이렇게 작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직 아내의 태중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아기에게 배운다.

배냇저고리의 가슴 부분에 아기의 태명을 새겼다. 후에 아기가 자라 큰 사람이 되면 태중에 있던 아기에게 배운 이 사실을 다시 큰 사람이 된 아기에게 바로 이 배냇저고리를 보여주며 알려줘야겠다. 엄마 배 안에서 ‘홍’이라고 불리던 너는 이렇게도 작은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이렇게 크게 자라게 된 것에 감사하고 늘 겸손하라는 걸.

차가운 공기 속에서 아기 체온을 따뜻하게 지켜줄 배냇저고리에 태명을 새기고 있는 모습.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