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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의 성경이야기 (6) 얌 하멜라흐(사해)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2-05-08 수정일 2012-05-08 발행일 2012-05-13 제 279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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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ים) : 히브리어로 바다, 호수 등 물이 모인 곳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성경에 아홉번 등장한 거대한 물웅덩이
얌 하멜라흐(사해)에서 해수욕을 하고 있는 사람들.
얌 키네렛(갈릴래아 호수)에서 요르단 강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 주위 풍경이 점차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광야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100여km 정도 가면 거대한 물웅덩이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얌 하멜라흐(ים המלח)’다. 히브리어로 ‘소금 바다’라는 의미를 지닌 얌 하멜라흐는 ‘사해(死海, Dead Sea)’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얌 하멜라흐의 북쪽 예리코(Jericho) 지방은 구약성경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벗어난 이스라엘 백성이 이곳에서 요르단 강을 건넜고, 엘리야가 불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랐으며, 엘리사가 아람 임금의 장수 나아만의 나병을 고쳐준 곳이기도 하다. 또 예수님께서는 이곳에서 40일 동안 단식하고 기도하시다 유혹을 받으시기도 하셨고 공생활 중에 예리코의 마을에서 눈먼 이를 고쳐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요르단 강은 세례자 요한이 활동하던 곳으로 동시에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신 곳이기도 하다. 인접국가인 요르단과의 분쟁지역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어려워 그동안 많은 순례자가 요르단 강 북쪽의 야드닛(Yardnit)에서 세례를 체험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지역의 통제가 완화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깨끗하고 맑은 요르단 강 상류의 물과는 달리 광야의 흙모래가 섞인 이곳의 물은 흙탕물에 가깝지만, 예수님의 세례를 기억하며 이 강물에 몸을 담그고자 하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얌 하멜라흐는 해수면보다 396m 낮아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고인 물웅덩이로 형태상 호수에 가깝다. 그러나 고온건조한 이 지역의 기후로 해마다 유입되는 물의 양만큼 수분이 증발하면서 염분(鹽分)농도가 표면에서는 200‰(바닷물의 약 5배), 깊은 물에서는 300‰ 이상으로 호수라 불리기엔 소금기가 지나치게 높다. 게다가 동서 15km, 남북 80km로 총면적 약 1000㎢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는 ‘바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온갖 생명의 보고인 바다와는 달리 이곳에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다.

성경에서 얌 하멜라흐는 9차례에 걸쳐 등장하는데 특히 창세기의 소돔과 고모라가 이곳의 남쪽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947년에는 얌 하멜라흐 북서쪽 쿰란공동체의 동굴에서 기원전에 쓰인 성경사본이 발견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 얌 하멜라흐는 높은 염도로 사람이 물에 빠지지 않고 피부에 좋은 성분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이 지역의 유황 온천도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또 광물질이 풍부한 얌 하멜라흐의 진흙 등을 활용한 의약품과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