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385 티베리아스 바닷가에 나타나심(Ⅲ)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2-03-26 수정일 2012-03-26 발행일 1996-08-04 제 201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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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들을 치라”
베드로에게 교회를 맡김
요한21, 15~23

그들이 아침을 먹고나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것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공동번역에는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원문대로 번역하면 「이것들보다 더 」이다. 여기서 「이것들」은 세속의 생활도구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하면 「나를 세속보다 더 사랑하느냐」라는 사랑의 다짐일 수 있다.

베드로는 서슴없이 대답하였다. 『예 주님, 아시다시피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이 대답에 예수께서는 『내 양들을 치라』라고 말씀하셨다. 베드로에게 교회를 맡기는 중대한 순간이다. 예수께서 체포되기 전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질 것을 내다보며 베드로에게 동료들의 힘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신 말씀을 베드로는 지금 생각했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또 다시 다짐하셨다.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베드로도 같은 대답을 하였다. 『예 주님, 사랑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예수께서는 『내 양들을 치라』라고 또 말씀하셨다.

세 번째로 물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주님이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이나 물으시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하였다. 그리고 다짐하듯 대답하였다. 『주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십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예수께서 결정적으로 말씀하셨다. 『내 어린 양들을 치라』

예수께서 세 번이나 같은 말로 사랑의 다짐을 물으신 것에 대해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베드로가 세 번 모른다고 주님을 부인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고, 예수께서 얼마 있지 않아 제자들을 세상에 남겨두고 승천하시기 전 당신의 사업을 맡기는 일이 그토록 중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며, 이것이 주님을 「따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계속해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네가 젊었을 때에는 제 손으로 띠를 띠고 가고 싶은 데로 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이를 먹으면 그때는 남이 네 팔을 벌리고 허리를 묶어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갈 것이다.』

여기서 젊었을 때와 나이 먹은 때를 대조하는 것은 자연적인 연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의 나이를 가리킨다. 베드로의 믿음이 무르익을 때 주님을 따라 순교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베드로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미리 말씀한 것이고 그 죽음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암시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암시하실 때에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여튼 베드로는 네로 황제의 대박해시 로마에서 순교하였고(로마의 글레멘스 증언, 96년경), 십자가에 달려 죽었으며 (떼르뚤리아노 증언 160~225년경),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 (오리케네스 증언, 185~254년경).

이 말씀을 하시고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용기를 주시려는 듯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연결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원문 분석비판 학자들은 요한복음서 21장은 요한의 제자가 후에 첨가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그 제자는 자기 스승 요한을 베드로와 함께 사도 교회의 주역으로 비교했다는 것이다.

하여튼 베드로가 돌아다보니 주님의 사랑을 받던 제자 즉 요한이 뒤따라오고 있는 것을 보고 예수께 『주님, 저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요한의 운명에 대한 베드로의 질문은 예수의 대답에서 드러나듯이 요한은 다른 사명을 받고 일하다가 수명을 다하고 죽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요한은 예수께서 다시 올 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기를 원한다고 하시며 그의 운명에 베드로는 관심을 갖지 말고 오직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