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382 두번째 제자들에게 나타나심(Ⅱ)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2-03-20 수정일 2012-03-20 발행일 1996-07-14 제 201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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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21,26~29

제자들은 예수의 부활에 대하여 확신을 가진 후에도 여드레 동안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 여드레째 되던 날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다음 주일날이었다. 이 날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다음 주일날이었다. 이 날에는 토마까지 합하여 열한 제자들이 다 모였다. 물론 예수의 다른 남녀 제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안전조치로 문을 닫아걸고 있었다.

제자들이 부활 사건 후 처음 모인 때가 주간 첫날이라고 했고 그 날은 오늘의 주일이다. 그리고 오늘 또 모였는데 이날은 그 후 여드렛째 날인 것이다. 두 번째 모임은 그러니까 두 번째 주일이 된다. 그것은 그들의 날수 셈하는 법이 한 주일에서 다음 주일까지 첫날과 마지막 날을 포함하여 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께서 그들에게 매 주일마다 나타나신 셈이 되는데 이것은 초대교회에서 부활을 계기로 종전의 안식일(토요일) 모임대신 부활일을 주님의 날로 하여 공동체 모임을 일요일 즉 주일로 하였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나타나실 때에도 문이 잠겨져 있었는데 들어오셔서 제자들 가운데 서셨다.

그리고『여러분에게 평화』라는 인사를 하셨다. 예수께서는 상처 자국을 보이시며 만져보라 하신 것으로 보아 온전한 육체를 지니셨고 문이 잠겨졌는데도 들어오신 것으로 보아 그 육신은 물질적 장애물에 제한을 받지 않는 영체임을 드러내 보이셨다. 이 상태는 부활의 영광을 받은 자의 육신 조건을 말한다. 예수께서 벌써 여러 번 예언하셨듯이 사람의 아들은 고난을 받고 죽겠지만 다시 영광 속에 살아 날 것이다 라는 예언 말씀을 제자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 주신 것이다. 초대교회는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이 예수와 함께 죽었다가 예수와 함께 부활의 영광을 받는다는 교리를 가르쳤다. 바오로는 이렇게 가르쳤다. 『죽은 자들의 부활은 이러합니다. 썩을 몸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몸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약한 자로 묻히지만 강한 자로 다시 살아납니다. 육체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교회는 부활한 영혼의 상태에 관한 교리를 발전시켜 사기지은(四奇之恩)이라 했다. 부활의 영광을 얻은 사람의 육신은 첫째 손상을 입지 않음, 둘째 찬란히 빛남, 셋째 축지법적인 빠름, 넷째 물리적 장애물의 투과성(透過性)이다. 예수님은 문이 잠긴 방에 들어오심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영성적 성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그리고 토마에게 말씀하셨다. 『자, 네 손가락을 가져다가 내 손을 만져 보아라. 그리고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너는 믿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는 사람이 되어라』토마는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예수를 주님으로 모시고 따라다니던 사람이었다. 그가 예수의 나타나심을 뵈옵기 전에 동료 제자들에게 못 자국을 만져 보기 전에는 못 믿겠다고 한 것은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았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약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이제 직접 주님을 뵙고 난 마당에 더 이상의 불신은 그에게 있을 수 없었다. 초대교회의 예수께 대한 신앙의 강약도를 토마를 통해 요한복음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토마는 손가락이나 손을 못자국에 넣어 볼 것도 없이 그 앞에 꿇고『내 주여 내 하느님이여』라고 외쳤다.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의 신앙고백의 극치이다. 예수께서는 『너는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예수의 행복론의 극치이다. 진복팔단에서 여덟 가지 유형의 행복한 자를 제시하셨고 하느님의 말씀을 준행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보지 않고 믿는 자의 행복은 행복의 극치이다. 믿음은 이렇게 귀중한 것이다.

여기서 요한복음서는 믿음의 유형을 세 가지로 생각하였다. 첫째 보고도 믿지 않는 유대인들, 둘째 보고서 믿는 제자들, 셋째 보지 않고도 믿는 소박한 신자들. 오늘날의 모든 신자들은 셋째 부류에 속한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