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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선교 현장탐방] 군사목 최전방 육군 제1사단 전진본당 탐방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2-02-14 수정일 2012-02-14 발행일 2012-02-19 제 278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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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에 울려 퍼진 성가로
화해와 평화로운 분위기 무르익어
최전방 중에서도 최전방 사제

군종교구 육군 제1사단 전진본당 주임 이효석 신부는 작년 7월 군종사제로 임관한 ‘새신부’로서 우리나라 최전방에서 사목하고 있다.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 JSA)과 판문점 병사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그야말로 최전방 중에서도 최전방 사제다. 이효석 신부는 부제 때 이미 군사목에 투신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주 내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아닥쳤지만 다행히 12일 낮에는 기온이 영상까지 올라가면서 포근했다. 이 신부는 오전 9시 사단 제1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들과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주일을 시작해 10시30분에는 전진본당에서 사단 간부들과 장병들을 위한 교중미사를 봉헌했다. 본당과 사단 각 예하부대에서 드리는 주일미사에는 모두 900명 정도가 참례할 만큼 전진본당의 사목은 활발하다.

신교대 미사 봉헌

이 신부는 오후 2시에 있는 제2신교대 미사를 위해 1시40분 군종병인 최윤호 상병과 사단 차량으로 사제관을 떠났다. 20분 쯤 후 간단한 신분 확인을 거쳐 ‘이곳을 거친 자 전진하라’는 구호가 적힌 신교대 정문을 통과했다. 미사는 ‘필승 병영식당’에서 봉헌됐다. 제2신교대에는 아직 성당이 없어 식탁을 제대 삼아 미사를 드린다. 이 신부도 처음에는 식당에서 드리는 미사가 낯설었다고 한다.

훈련병 50여 명이 일사불란하고 절도 있게 대열을 맞춰 미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간병도 일부 미사에 함께했다. 훈련병 중에는 5주간의 제1신교대 기간 중 이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34명 전원이 참례했다.

군종병의 사회로 훈련병들은 시작성가 ‘나를 따르라’를 불렀다. 이 신부가 “한 주간 잘 지냈습니까? 이번 주에는 사격훈련 했죠?” 라고 묻자 “네!” 훈련병들의 쩌렁쩌렁한 대답 소리가 진동했다. 이 신부는 다음 주에 있을 각개전투와 행군 등 교육일정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물었다. 제2신교대 마지막 3주차인 훈련병들에게는 “자대 가서도 또 만나자”고 인사를 건네며 “만나서는 안 되는 곳이 두 군데 있다”고 말했다. 의무대와 헌병대다. 이 신부는 수요일에 환자 병사와 순간의 실수로 헌병대의 조사를 받는 병사들을 위문하고 있다.

강론은 복음 ‘나병 환자의 치유(마르 1, 40-45)’를 주제로 했다. 이 신부는 예나 지금이나 한센병 환자가 겪는 고통은 썩어 들어가는 자기 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과 공동체로부터 격리돼 살아야 하는 것 두 가지라고 운을 뗀 뒤 “같은 생활관에서 지내는 동료 중 부적응 병사가 꼭 한둘은 있다”며 “예수님의 치유는 그 한두 명까지도 공동체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영성체 시간에는 훈련병들이 자리가 비좁아 움직이기 불편해 이 신부가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성체를 분배했다. 미사 후에는 특별한 간식이 준비됐다. 서울 반포본당에서 준비한 빵과 콜라였다. 양재동본당과 청담동본당에서도 1사단 장병들을 위해 직접 부대를 방문해 간식을 전달한다.

제1신교대에서 이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은 김명동(암브로시오) 훈련병(제2신교대 9중대)은 “독실했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성당에 다니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 입대 후 세례받게 됐는데 미사를 드릴 때마다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육군 제1사단 제2신병교육대 미사에서 이효석 신부가 훈련병들에게 성체를 분배하고 있다.

긴장감 감도는 공동경비구역

이 신부는 3시가 되자 공동경비구역으로 이동했다. 임진강 통일대교에 진입하기 전 헌병 검문을 받았다. 통일대교 밑으로 보이는 임진강은 두껍게 얼어 있었고 다리 위에는 지그재그로 바리케이드가 쳐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 개성 가는 도로가 보였지만 차는 한 대도 없었다.

‘JSA경비대대’ 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검정 선글라스 낀 병사에게 다시 검문을 받은 후 공동경비구역 성당으로 들어갔다. 작은 성당 앞에는 ‘CATHOLIC CHAPEL’이라고 적힌 표지판과 성모상이 서 있었다. 사진 촬영은 성당 건물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본래 이 성당은 미군이 50년 가까이 개신교회와 성당으로 공동 사용하던 것을 2004년 7월 1일 한국군 경비대대가 창설되고 같은 해 10월 31일 JSA 경비가 한국군으로 완전히 이관되면서 성당으로 바뀌었다. 녹슨 종이 성당의 역사를 말해준다. 성모상은 근래 세워졌다.

50명 수용 아담한 성당

JSA미사는 부대에 들어올 때 감돌았던 긴장감과는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봉헌됐다. 5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아담한 성당에는 JSA경비대대와 1사단 병사 20명 정도가 자리했다. 특히 판문점을 지척에 둔 곳에서 아름다운 통기타 선율에 맞춰 부르는 성가는 화해와 평화를 대변하는 듯했다.

JSA경비대대에서 군종병으로 봉사하고 있는 유기진(보안상 가명 사용·스테파노) 일병은 “군생활 하면서 신앙에 충실하려 노력하던 중 군종병이 돼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병사들이 미사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SA성당 표지판. 바로 지척에 판문점이 있다.
JSA성당과 성모상. 군사목 최전방이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