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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주간 기획] 성경, 그 오묘한 말씀의 세계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11-16 수정일 2011-11-16 발행일 2011-11-20 제 277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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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통해 하느님의 뜻과 삶의 길 찾는다
기원전 10세기부터 천 년 이상에 걸쳐 쓰여
가톨릭에서는 성경을 ‘계시의 원천’으로 인정
2005년부터 독자적으로 완역한 새 ‘성경’사용
성경이란 과연 무엇일까. 신자라고 한다면 대부분 ‘말씀’의 중요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 만큼 개인적으로나 가정에서 성경을 소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 미사참례나 단체 모임 등을 통해서 말씀을 자주 듣고 접하는 기회를 가진다. 이렇게 말씀의 소중함은 신자들의 신앙생활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서주간을 맞아 성경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성경이란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해줍니다.” (2티모 3,15-17)

성경은 하느님이 모세의 중재를 통해 이스라엘과 맺은 옛 계약과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한 새 계약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들 전체를 지칭한다.

기원전 10세기부터 기원 후 1세기까지 천 년 이상에 걸쳐 쓰여졌고, 2233개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돼 지구촌 모든 언어로 출판됐다고 할 수 있는 성경.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읽은 책으로 기록되는 성경은 기네스협회 기록에 따를 때 1815년 이래 전 세계에서 모두 25억여 권이 팔린 지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성경(Bible)이라는 단어는 파피루스의 내피를 뜻하는 ‘비블로스’의 축소형이며 ‘책들’이란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타 비블리아’에 해당하는 말이다. 구약과 신약을 합하여 성경(biblos)이라고 부른 것은 요한 크리소스토모(349~407)가 최초라고 알려지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경을 ‘계시의 원천이며 신앙의 원리를 가르치는 원천’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경과 성전을 통해 신앙을 이어받은 교회는 성경을 하느님 말씀이라고 정의하며, 성경들의 정경(canon)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모세 오경으로부터 시작되는 성경 원본은 여러 민족 언어로 번역되고 편집되었는데, 수많은 번역본 중 유명한 것은 히브리어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과 384년 교황 다마소의 명에 의해 예로니모가 번역한 라틴어 번역본 ‘불가타(Vulgata)’ 역이 있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번역본 중 어떤 것이 신의 영감을 받아 쓴 성경인가에 대해 유권적 해석을 내려왔으며 1546년 트리엔트공의회에서 불가타 역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번역본이라 하여 46권의 구약성경과 27권의 신약성경을 정전으로 규정했다. 이후 약 4세기후 1946년 교황 비오 12세는 회칙을 통해 트리엔트공의회서 확인한 정전과 불가타 역을 가톨릭교회의 정전 목록으로 확정했다.

성경이 쓰여진 목적은 무엇일까. 요한 복음 20장 31절에서는 그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구약과 신약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들을 글로 적고 있는 옛 계약, 구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 이전 시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계시한 바를 집대성한 것이다.

제일 먼저 백성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고 종살이에서 해방시키고 시나이 계약의 파트너로 삼아 당신 뜻을 계시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의 땅을 선물함으로써 그들 역사를 인도하심을 보여주고 있다. 하느님의 선택과 구원, 그리고 그 백성과 맺은 관계들의 내용, 즉 구약시대 전 역사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 사업이 어떻게 펼쳐지는가 하는 것이 주된 중심이다.

신약에서의 계약은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다짐한 맹세로써 메시아에게서 완성되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쏟는 예수의 피로써 새롭게 맺어지는 것이다. 학자들은 하느님이 성조들과 맺은 계약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됨으로써 새로운 계약으로 탈바꿈 되는 것을 신약에서 볼 수 있다고 밝힌다.

바오로 사도는 특히 모세로 인해 맺어진 옛 계약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맺어진 새로운 계약을 ‘문자의 계약’과 ‘영의 계약’으로 대칭시키면서 새로운 계약은 사람을 살리며 결코 없어지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렇게 신약의 내용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또 성령 강림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구원 질서로 설명된다.

한국교회 최초의 성경

그렇다면 한국교회 최초의 성경은 언제 소개되어 질 수 있었을까. 기록에 따를때 1795~1800년경 이가환과 정약종 두사람이 성경을 번역했다고 전해지는 데 기록으로만 남고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이후 1872~1897년 4복음서 일부가 번역된 「셩경직해」가 출판됐다.

1922년에는 한 성직자에 의해 ‘종도행전’ 즉 사도행전이 번역됐으며 그 외 신약성경 나머지 부분은 1941년 베네딕토 덕원 수도원의 실라이허 신부가 번역, 1971년까지 교회 공인 역본으로 사용됐다. 그 뒤 1974년 가톨릭과 개신교가 교회일치운동 일환으로 공동으로 번역 출간한 공동번역성서가 공인 성경으로 사용돼다가 마침내 2005년 9월 한국 가톨릭교회가 독자적으로 완역한 새 「성경」이 한국 가톨릭교회 공용으로 승인돼 현재 사용되고 있다.

하느님의 구원 약속을 우리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자로 기록된 성경은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시며,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려준다. 그렇게 우리는 성경을 통해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스러운 뜻과 인생의 의미, 우리 삶의 길을 찾아볼 수 있다.

교회 내 전문가들은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도록 하며, 또 이로써 신앙 생활에서 얻어지는 참되고 충만한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성경에 맛들이고 성경 말씀을 마음 속에 새기다 보면 실제적인 하느님의 힘이 내 안에 작용되고 있음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성경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서울 수유동본당 성경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성경을 보며 주임 이강구 신부의 성경 강의를 듣고 있다.
서울 청량리 말씀의 집에서 성경공부 삼매경에 빠져있는 신자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