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작은 이야기] 첫사랑 / 김원화

김원화(카타리나·서울 아현동본당)
입력일 2011-08-30 수정일 2011-08-30 발행일 2001-04-01 제 2243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새생명이 움트는 봄처럼 우리의 삶도 사랑도 늘 새로워지길…
봄은 늘 첫사랑의 풋풋한 기억과 함께 찾아든다.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제 빛깔을 뽐내면 늘 변함없을 것같던 젊은 날이 이제는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영원히 넘을 수 없을 것같던 고등학교 울타리에서 훌쩍 벗어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내게 주어지던 자유와 해방의 시간들. 주체할 수 없는 그 시간에 대학 1학년 새내기들은 날개짓이 서툰 나비 마냥, 갈 곳을 알지 못하는 듯한 벌들 마냥 이리저리 쏘다니기만 했었다.

자유에도 인생에도 모두 서툴렀던 그 때에는 사랑 역시 쑥스러운 일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설레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지 몰라 가슴앓이만 했던 날들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웠던 우리는 서로의 사물함을 이용해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사물함에는 봄빛을 담은 편지가,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사탕이, 공부에 필요한 자료가 산타클로스의 선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편지에는 문과대 앞 화단에 보석을 숨겨놓앗으니 찾아보라는 뜬금 없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작은 화단을 몇 번이고 헤집듯 찾았지만 끝내 보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 수업이 끝난 그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내심 심술이 났다. 볼멘 내게 그가 말했다.

『여기 있잖아. 우리 학교 정원에서 가장 먼저 피어난 장미가 다른 장미보다 먼저 깨어난 장미처럼 늘 남들보다 먼저 너를 생각하고 기쁘게 해줄께』

이제는 한집에서 살게된 그와 며칠 전 한가한 휴일을 보내며 비디오 한편을 빌려 보았다. 수목원에 사는 두 연인의 이야기로, 남자는 여자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이른 아침 여자를 서둘러 깨워 수목원 한 켠 새벽에만 핀다는 꽃을 선물로 내어놓는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우리 두 사람의 입가에는 같은 미소가 잔잔하게 퍼졌다. 새생명이 움트는 봄처럼 봄날 시작됐던 우리의 삶도 사랑도 늘 새로워지길, 맞잡은 두 손 위로 조심스레 기원해본다.

김원화(카타리나·서울 아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