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작은 이야기] 다시 찾은 지갑 / 김영숙

김영숙(세실리아·인천교구 고촌본당)
입력일 2011-08-23 수정일 2011-08-23 발행일 2001-03-25 제 224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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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다는 그 청년의 마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더 삭막해져가는 요즘 지갑을 줍고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딸아이가 지갑을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지갑 안에는 신분증도 들어있고 주소와 연락처가 버젓히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은 물론이고 신분등과 신용카드조차 돌려주지 않아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부주의한 딸아이의 잘못을 탓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요즘 세상」에 대한 삭막함이 더 느껴졌다.

몇 해 전, 아는 할머니 한 분이 겪은 일이다. 외손녀 돌잔치에 다녀오시던 할머니는 집 앞 근처에 골목길에서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단다. 깜빡 잊고 택시 안에 지갑을 두고 내린 사실을 집 앞에 다 와서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갑 속에는 전세값을 되돌려주기 위해 딸한테 받은 돈이 들어있었다.

택시는 이미 떠나고 없었고 차번호조차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집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잇던 할머니에게 몇 시간 후 경찰서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택시기사가 할머니 돈이 든 지갑을 들고 경찰서에 찾아왔고 보험료 납부 영수증에 나온 이름으로 할머니 연락처를 찾아 경찰과 함께 직접 돈 주인을 찾아 온 것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할머니 지갑을 찾아 준 택시 기사는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었고 부모와 여동생 등 네 식구가 단칸 셋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상소를 졸업하고 택시회사에 들어간 병아리 기사였던 그 청년은 자신도 넉넉치 못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할머니가 얼마나 놀랐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빠듯한 교대시간에도 불구하고 경찰서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다는 그 청년의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신자인 우리들이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닐까.

본당에서 다음 사람을 위해 문을 잠시 잡아주거나 주차시 함께 세울 수 있도록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그런 실천의 하나가 아닐까.

김영숙(세실리아·인천교구 고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