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52) 소화데레사 (2) 영성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1-08-15 수정일 2011-08-15 발행일 2001-03-11 제 224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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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핵심은 영적 어린이의 ‘작은길’
목표는 하느님과 일치
데레사의 영성의 핵심은 영적 어린이의 「작은 길」에 있다. 그 길을 발견한 성녀는 일생동안 그 길을 걷는 데 온 힘을 기울ㅇ이면서 다른 이들에게 알려 주고자 했으며 풍성한 결실을 이루었다. 그녀에게 이 작은 길의 목표는 하느님과의 일치인 성성(완덕")이며 그 성성에 나아가는 방법은 사랑이다. 그리고 그 기본적 자세는 겸손, 단순성 그리고 신뢰심이다.

작은 길의 발견

데레사는 어느 날 구약 성서 원문 일부를 기록한 노트를 언니 셀리나 수녀한테 빌려 읽다가 그녀의 「작은 길」을 발견하게 되는 중대한 일이 일어났다. 그 실마리는 잠언 9장 4절이었다. 『누가 만일 아주 작은 자이거든 나에게로 오라』(공동 번역 성서엔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 『어리석은 이여 이리 들어오시오』). 어려서부터 언제나 성녀가 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었으나 초라한 자신의 무력감을 체험하면서 갈등을 겪어오던 데레사의 마음에 순간적으로 「작은」이란 표현이 크게 와서 닿았고 온통 그녀를 설레게 했다. 여기서 데레사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불림 받은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하느님께 가야하고 그분께서 자신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한다고 느꼈다.

그 후 데레사의 눈의 뜨인 이사야의 다음 말씀은 그녀에게 새로운 빛을 가져다주면서 성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젖먹이들은 그의 등에 업혀 다니고 무릎에서 귀염을 받으리라. 어미가 자식을 달래듯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66, 12~13).

그녀는 「예수의 팔」이라는 상징적 용어를 쓰며 성화시키시는 하느님께 대해 자신이 갖추어야 할 자세를 표현했다. 『저를 하늘에까지 들어 올려 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의 팔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

데레사가 깨달은 주요한 진리는 성화에 있어 주도권이 하느님께 있는 것이지 인간 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영적 어린이의 작은 길이 나타난다. 작은 채로 남아있으면서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인정하고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맡기며 아무 걱정도 않듯이 모든 것을 선하신 주님께 내맟기는 것을 의미한다.

성성의 다양성과 작은 길

데레사는 로마서 9장 15~16절 말씀을 읽으면서 이러한 질문을 제기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부 특정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은총을 받고 있는 듯이 보이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어찌하여 사도 바오로나 성 아우구스티노 같은 분들은 극적인 내적 변화를 이루는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 위대한 영혼으로 밝게 빛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특별한 은총의 체험이 주어지지 않아 작은 영혼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일까?』

데레사는 이에 대해 오랜 묵상과 숙고 끝에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만일 작은 꽃들이 모두가 자미가 되기를 원한다면 자연은 그 봄 단장을 잃어버릴 것이고 들판은 다시는 작은 꽃들로 단장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의 정원인 영혼의 세계도 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백합화나 장미꽃에 견줄 수 있는 큰 성인들을 창조하셨고 한편 작은 성인들도 창조하셨습니다』

데레사에 의하면, 누구든지 자신이 향기 좋은 장미나 순결한 백합과 경쟁될 수 없는 들판의 이름모를 꽃들 속에 있다는 느낌이 둘어도 마음 아파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이 그렇게 마련하셨으며 그분은 어떠한 모습이든지 인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각자의 영혼에 그 나름대로 성성을 주시므로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각 영혼들 사이의 차이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작은 길의 기본 자세

데레사의 작은 길의 기초는 무엇보다 「어린이 정신」으로 표현되는 겸손이다. 그녀는 아무런 꾸밈이나 자만심, 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소망도 없었으며 자신이 어떤 가치있는 존재로 보이려는 사심도 없었다. 데레사는 겸손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제게 두신 최대의 은혜는 제가 작은 자이며 모든 선에 대해 무력한 자라는 것을 알려주신 일입니다. 저는 예수님을 닮고 마땅히 제 안에 그분께서 머무르시도록 언제나 아주 작고 참으로 겸손한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어요』

데레사의 영적 어린이의 길은 단순성과 긴밀히 연관된다. 어린이가 부모 앞에서 단순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단순하게 행동하듯이 데레사도 하느님 앞에서 그러하고자 했다. 단순성은 조금도 기교를 부르지 않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 즉 모든 것에 있어서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는 마음의 모습니다.

데레사의 삶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자녀다운 신뢰로 충만해 있었다. 하느님이 자신을 사랑해 주심을 믿었을 뿐 아니라 체험으로 깊이 깨달았다. 그녀에게 성성이란 하느님의 자비를 신뢰함으로써 얻는 은총이다. 그녀에게 신뢰심은 자신의 약함을 절실히 느낄수록 오히려 더 굳어졌다. 자신의 허물이나 불충실을 볼때 그것이 신뢰의 동기가 되었으며 가장 당황하게 하는 신앙의 시련, 마음의 메마름, 권태, 유혹 등 모두가 하느님을 신뢰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작은 길의 핵심은 ‘사랑’

데레사는 자신의 허원식 날을 기해 특별 기도문을 지어 품에 간직했었다. 그 일부 내용은 이러하다. 『오직 예수님 당신만이 모든 것이 되어 주소서. 세상의 물건들이 제 마음을 조금도 어지럽히지 못하고 아무 것도 제 평화를 어지럽지 못하게 해 주소서. 제가 아니고 오직 저의 예수님, 당신인 사랑만을 구하나이다. 예수님, 저로 하여금 당신을 위한 순교자로, 마음이나 육신의 고통, 그보다도 차라리 두 가지 순교를 합쳐 당하여 죽게 하소서』

가르멜 수도원 안에서 데레사는 생활 전체를 사랑으로 단순화시켰다. 사랑은 그녀의 생애의 목적이었으며 모든 행위의 동기였고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완덕 혹은 성성의 절정이었다. 그녀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저의 성소는 사랑입니다』. 사촌 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완덕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고요? 저는 한 가지 방법밖에 모릅니다. 그것은 사랑뿐이지요』. 데레사는 하느님안에서 이웃을 사랑했고 또한 이웃을 통해 하느님께 사랑을 드렸다. 『저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데서 이웃에 대한 애덕의 의무는 전모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예수님께 일치하면 할수록 자매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은 길의 핵심과 방법은 사랑이었다. 『사랑으로 행한 지극히 미소하고 가장 감추어진 행동은 종종 위대한 업적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데레사의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열망은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원의와 함께 삶에서 오는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기쁘게 참아 견대며 희생과 극기를 기꺼이 할 수 있게 하였다. 데레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사랑 담긴 조그마한 희생의 꽃다발을 하느님께 봉헌했다. 그녀는 희생의 기회를 일상의 사소한 일 안에서 순간마다 찾았다. 『저는 아무리 작은 희생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의 극기는 어떤 활동에 대한 충동의 억제, 감상적 열심이라든지 지나치게 강한 소망, 호기심에 사로잡힌 욕구, 반감, 자만심 등 자기중심성에허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는 것이었다. 데레사는 계속적인 자아포기적 극기와 작은 희생 중에 언제나 미소를 띠고 기쁘고 명랑하게 생활하였다. 자신을 찾지 않을 때부터 제가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