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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성화의 날 특집] ‘내·외적 쇄신의 지름길’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6-21 수정일 2011-06-21 발행일 2011-06-26 제 275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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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복음화·사목 역량 심화 기회 제공
사제 본연의 정체성 확립하는 ‘평생교육’ 지향
활동 시기 맞춰 필요한 자질 키우는 연수 호응
교회 안에서 사제의 본질적 임무는 그리스도의 직무와 같다. 게다가 사목 현장에서 펼쳐지는 교회 제반 사항들의 결정 등도 사제들에게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 사제들이 바로 서지 않으면 교회의 모습도 흐트러지게 된다. 특히 그릇되게 흐르는 현대사회 흐름을 거슬러 교회가 쇄신되기 위해서는 사제들의 내·외적 쇄신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오는 7월 1일 예수 성심 대축일은 제16회 ‘사제 성화의 날’이다. 교황청 성직자성은 지난 1995년 사제 성화의 날을 제정, “사제들의 정체성과 사명에 걸맞은 성성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도록 모든 사제들을 독려하고, 또한 교구 전 공동체에 사제직의 존귀함을 일깨우는데” 더욱 힘쓸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에서도 사제 성화의 날을 기념, 각 교구·대리구·지구별로 미사와 피정, 교육, 순례,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사제 소명의식을 다지는데 힘쓴다. 일반 신자들도 개인은 물론 본당·단체별로 사제를 위한 기도에 더욱 정성을 쏟는다.

특히 각 교구는 사제 성화의 날만이 아니라 평소 사제들이 본연의 정체성을 올바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영성 강화, 지력 성숙 등을 위한 ‘평생교육’을 독려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교구별로 전문위원회 등을 두고 각종 피정과 연수, 사제학교, 특강 제공 등에 노력을 기울인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교구 산하에 ‘사제평생교육원’을 설립, 더욱 전문화된 교육을 지원한다.

이번 특집에서는 사제들의 내·외적 쇄신을 위해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사제평생교육원’의 운영 과정을 살펴보고, 이 시대 사제 성화와 평생교육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사제들은 교회의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도구로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교회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현대의 사제 양성 제20항)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제는 어떠한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하는가? 사제들조차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한다면? 왜 사제들은 본연의 직무인 영성생활에 충실할 수 없는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복음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재복음화의 한 과정인 ‘평생교육’은 교회의 장래를 위해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사제 교육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보다 폭넓게 논의, 촉구돼왔다. 이어 제8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문서로 ‘현대의 사제 양성’(1992년)이, 교황청 성직자성 문헌으로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1994년)이 발표되면서 사제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은 더욱 구체화됐다. 서울대교구는 이러한 보편교회 흐름에 따라 지난 1990년 사제평생교육원을 설립, 사제들의 재복음화를 발 빠르게 실현해왔다.

사제 평생교육은 성스러움의 심화와 사회 전반에 대한 지적 교육, 육체의 건강함을 골고루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내에 자리 잡고 있는‘사제평생교육원’(원장 원종철 신부, 이하 사제교육원)은 최근 이러한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제들을 위한 영성피정은 물론 장·단기 연수 등을 통합적으로 구현하는 평생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변화는 지난 2009년 교구가 사제교육원 전담 사제를 별도로 발령 내면서 시작됐다. 특히 교구는 사제 인사 규정에 연수와 피정 참여를 규정화해 개개인이 각 과정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사제교육원은 사제 평생교육 과정을 새롭게 개발하고 통합 시스템 전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사제 생활을 위한 영적 식별’ 등을 비롯해 피정의 종류와 시기 등을 다양화, 사제들이 각자의 사목현황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혔다. 사제교육원 내에 상설 사제고해소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피정에 이어 연수는 ▲바오로 사목 연수 ▲베드로 사목 연수 ▲중견사제연수 등의 장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단기 연수 등으로 구성했다. 각 연수는 신학의 재충전을 가장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지만, 사제로서의 활동 시기와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자질을 체계적으로 보완하는 교육 과정을 구축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모든 교육과정은 교회 안팎의 전문 교수들을 초빙해 진행한다.

중견사제연수의 경우 교구 사제들의 호응에 힘입어 더욱 탄탄히 뿌리를 내린 사제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본당주임으로 처음 발령받은 이부터 수품 30년차까지의 사제들이다. 중견사제연수원(원장 김윤태 신부)에서 3개월 과정으로 이어지는 이 연수에서는 신학과 상담심리를 심층 학습할 수 있다. 상담심리는 사제들이 사목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전문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 건축과 미술, 커뮤니케이션 기술, 강론 내용은 물론 미사 태도 등을 수정할 수 있는 사목적 교양 과정 등도 다채롭게 제공된다.

중견사제연수는 본당주임으로 처음 발령받은 이부터 수품 30년차까지의 사제를 대상으로 하는데, 신학과 상담심리를 심층 학습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베드로 사목 연수’는 사제수품 7년차부터 본당 주임으로 나가기 직전의 연차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본당 주임으로 활동하기 전, 본당 사목적으로 갖춰야할 역량들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함양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교육 내용의 주요 줄기에는 ‘경영학’의 개념과 과정이 도입했다. 사제가 사목활동을 펼치고 살아갈 곳은 바로 세상 한가운데다. 아무리 작은 본당이라 할지라도 재정을 관리하고, 인사를 결정하고, 사목비전을 세우고 조직을 운영하는 실무의 중심에 신자들과 더불어 사제도 함께 서야 한다. 하지만 신학교 과정에서는 교회 살림살이 전반을 운영하는데 기초가 되는 경영학의 주요 개념조차 익힐 기회가 없다.

교회 건축에 대한 전문 과정을 제공하는 것도 베드로 연수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이 과정은 신설본당 파견 사제 등에게 특별히 유용할 뿐 아니라 올바른 교회 문화를 정립하는 총체적인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바오로 사목 연수도 교구의 사제 양성 의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모범이다. 이 연수에서는 해외 체류 외국어 교육과 해외선교체험이 주축을 이룬다. 본당 주임으로 발령 나기 전 연차의 사제들이 각자의 사목적 의욕을 보다 풍요롭게 개발하고 보편교회를 향해 시각을 넓히는 기회로 마련된 장이다.

아울러 모든 사제들이 해마다 참여하도록 꾸며진 단기연수도 신학과 성경뿐 아니라 컴퓨터, 경영학, 운동, 요리강좌까지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제공, 사제 개개인이 각자의 정체성을 다지고 사목적 역량을 심화하는 기회로 활발히 운영 중이다.

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앞줄 가운데)와 중견사제들의 기념촬영.

주정아 기자